여행은 최고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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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최고의 스승
  • 이영란 (청주사직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7.04.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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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많이도 변했다. 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은 정말 돈 있고 학식 있는 소위 엘리트라는 사람들만의 특권이라 했는데 지금은 인천 공항이 명절 때 서울역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사람이 오간다는 현실에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이런 세월의 변화에 친구들과 베트남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월남전이 한창이었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 맹호부대와 청룡부대 군인 오빠들께 위문편지를 써 답장이 오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가슴 설레게 하던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주옥같은 많은 청년이 자유 수호와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무더운 나라에서 목숨을 건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에 눈가의 이슬이 맺히는 것은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라 생각한다.
6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베트남의 중부 휴양도시 다낭이었다. 바닷바람이 열대지방과는 다르게 시원하게 불어오며 깨끗한 모래사장은 관광객을 불러 오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다낭에서의 하루 밤을 지내고 호이안 투본강의 보트투어를 하면서 베트남 사람들의 손재주와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따이한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투본강은 태평양과 이어져 있으면서 야자수나무로 이루어진 정글 숲으로 우리 청룡부대가 적과 싸울 때 가장 어려웠던 곳이라는 사실을 실감 할 수 있었고, 숲속으로 만들어진 곳곳의 요새는 이기는 자와 지는 자가 날마다 바뀌는 전쟁터였을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었다. 그 전쟁의 세월을 지나 지금은 민간인들이 관광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며, 야자나무로 만든 원형의 배에서 귀뚜라미 여치 등 곤충을 만들어 우리들에게 선물을 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에는 군인들이 목숨 걸고 도와 준 고마움을 대신 받는 기분이었다.
여행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은 역사의 흐름이다. 1,000여 년 동안 중국, 100여 년 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고유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조국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것은 역사의 힘이다. 호이안의 옛 시가지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풍의 문물이 깃들어 있어 거리마다 아름다운 건물과 상점들에 호롱불을 켜놓아 야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16세기의 인도, 일본, 포루투갈 등의 강대국들이 동남아시아의 풍부한 자원을 착취하기 위한 상선들이 기항하여 발전한 거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었다. 역사의 흐름은 누구도 바꿀 수 없고 평가는 후손들의 몫이며, 왕들이 잠든 도시, 고궁, 왕릉, 박물관 등이 산 교육장이다. 베트남도 역시 후에 지역을 보면 왕들의 독재, 부패 모습 등을 상상 할 수 있다. 후에성의 왕궁은 19세기 베트남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중국의 자금성을 본 떠 만들어 건물의 배치나 이름도 비슷했다. 특히 백성을 사랑하지 않고 사후(死後)에 자기가 묻힐 곳을 짓기 위해 백성들을 핍박하고, 막중한 세금을 걷고, 서양 문물을 거역하고, 천주교를 박해한 뚜득 황제의 능은 거대한 궁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을 만들 때 많은 백성들은 세금과 노동의 고통에 원망을 샀지만 지금은 그 능을 관광지로 만들어 후손들이 살 발판을 만들어 줬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역사를 평가하기는 참 주관적일 수도 있음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바나힐스을 포함한 바나산 국립공원은 프랑스인들이 베트남을 지배하면서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고산 휴양지로 개발한 곳으로 군사요충지이기도 했다. 스위스의 기술로 놓은 케이블카를 타고 발아래의 밀림이 안개가 걷힐 때 보이는 웅장함과 순간적으로 보이는 바다는 자연의 위대함을 과시하고,산 정상에 있는 레스토랑, 놀이시설, 성당, 사원들은 인간의 욕심을 표출했다.
‘여행은 최고의 스승이며, 역사는 승자가 바꾼다’라는 말이 있다. 여행을 하면서 역사에 있어서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역사에 있어 승자는 백성을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픈 역사 속에서도 묵묵히 본인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며 역사 속에 녹아드는 사람들이 아닐까? 세상일이란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한 행동이 모두에게 만족과 행복을 준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불변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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