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68】
산자수명(山紫水明)이라고 한다. 산과 물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마을이 들어서려면 뒤는 산이 버티고 있고, 앞은 내가 흐르는 곳을 택했다. 실제로 풍수지리학에서는 이렇게들 많이 이야기한다. 무학대사가 한양을 도읍지로 잡았을 때도 뒤의 삼각산(북한산)과 앞의 한강수를 깊이 염두해 두었으리라. 한 점 구름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푸른 산 모습이 변함없듯이 그대로 변하지 않고 우뚝 솟는 산이 좋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흰 구름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푸른 산 그 모습은 바꿀 날 없지 않소
변한 건 좋지 않는거요, 그 모습이 아름다워.
白雲有起滅 靑山無改時
백운유기멸 청산무개시
變遷非所貴 特立斯爲奇
변천비소귀 특립사위기
수운산의 절경을 노래함(水雲山吟)으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자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1712~1791)은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다. 이익(李瀷)을 스승으로 삼았으며 경학과 사학에 공부가 깊었다. 특히 경세론을 학문과 현실에 연결시키고 우리 역사를 독자적으로 서술하기 위해 노력했다. 저서로는 [동사강목(東史綱目)] 등이 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흰 구름은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푸른 산이야 모습 바꿀 때가 없지. 이리저리 변하는 건 좋은 게 아니야, 우뚝한 그 모습이 아름다운 거라고]라는 시상이다.
순암의 실학정신을 찬양해 보는 시조 한 수다. [경학의 먹을 갈아 사학의 붓을 잡고, 주자학 거친 들판 실학으로 다독이며. 펴내신 동사강목 한줄기 동녘 해를 감싼다] 시인은 경기 광주에 거주하면서 [성리대전]을 분석하고 치통도·도통도 등을 저술하여 주로 주자학 연구에 몰두했다.
작은 벼슬이 주어지기는 했으나 대체적으로 학문에 전념하는 일생이었다. 시인의 일생과 학문적 달관 및 위 시문의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들이 많았다. 수운산은 차령산맥의 줄기를 타는 우뚝 솟은 산으로 물과 구름이 자주 만나는 산으로 보고자 한다. 변하는 구름은 일어났다 사라지지만 푸른 산의 모습은 늘 그대로 변함이 없다.
화자는 구름처럼 변하는 건 좋은 것이 아니라고 전재하면서 천년을 지키는 저 산이야 말로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조그마한 말에 흔들리는 변덕쟁이 보다는 우람하면서도 묵묵함이 좋다. 인간 심성을 빗대어 표현했다.
【한자와 어구】
白雲: 흰구름. 有: ~함이 있다. 起滅: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다. 靑山: 푸른 산. 無改時: 모습을 바꿀 때가 없다.
變遷: 옮기면서 변하는 것. 非所貴: 귀하고 좋은 것이 아니다. 特立: 특별하게 서 있는 것. 斯: 이것. 앞의 [特立]을 받는다. 爲奇: 기이하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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