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로부터 영원히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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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로부터 영원히 탈출
  • 보은신문
  • 승인 1999.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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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혁(보광산업 대표이사, 회북송평)
타지 사람들이 "보은사람들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길래 십 년에 한번씩 싹슬이 물 매질을 당하느냐?"고 농담을 하면 위로 말이려니 하지만 보은사람으로서는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다. 속리산 있어 그나마 관광지라고 버티고 있는 판에 장마철 저기압골이 통과하다 높은 산줄기에 부딪혀 집중 폭우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면 "속리산을 옮기지 그래"하는 소리가 나올까 두려워서 이다.

수해가 난 지도 벌써 반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공무원과 주민들이 복구에 땀을 흘리고 있는 중이다. 수해복구 현장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수해복구는 수해 이전의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지만 꼭 원상태로만 복구하는 것만이 최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해상황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외부전문가와 주민, 행정기관이 합동을 수해의 원인을 정확, 면밀하게 조사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복구를 하는 것이 부엇보다도 중요하다.

수해 원인의 철저한 조사 없이는 항구적인 복구가 어려울 뿐아니라 마치 의사가 발병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채 외부상태만 보고 병을 고치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을까? 수해원인 조사를 하다보면 관청이나 주민이 미처 알지 못한 것, 소홀히 한 것이 다 노출될 것이다. 이게 바로 교훈이 아니겠는가? 교훈은 주민들에게 오랜기간 되새기며 대비하게 한다. 예를 들어 마을 뒤산이 급경사요, 사질토에 입목이 별로 없다면 수해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 마을의 항구적 수해복구는 유실된 전답의 원상복구 뿐아니라 뒷산에 울창한 숲의 조성과 산밑에 간단한 배수로 (보)를 설치한다면 유속을 줄이고 본 하천으로 합류를 어느정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 마을 교량의 높이가 낮고 다리발(교각) 사이가 좋아서 떠내려온 나무가 걸려 물길을 막고 넘친 물이 마을을 쓸었다며 이 교량은 높고 넓게 다시 놓아야 할 것이다. 어느 마을에서는 하천폭을 좀 넓히자니 하천 양옆의 땅주인이 팔지도 않고 희사도 못하겠다고 하여 애를 먹고 있기도 한단다.

수해가 얼마나 무섭고 처참한 것인가를 경험한 보은사람이라면 개인에게는 대대로 물려 받은 땀이 서린 농토이지만 마을 전체를 위하여 양보하는 미덕이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보은군내 누구를 만나도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수해복구 예산이 1,400억원 이라는데 돈 구경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복구비가 일시에 쏟아지는 것이 아니긴 해도 지금쯤 보은 어디엔 가는 돈이 돌아야 하는데 말이다.

수해복구 건설업체들이 성실하게 공사를 마치고 나서 정성을 모아 보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체육관이나 도서관하나라도 지어서 기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연재해에 대하여 사람들은 언제나 "천재지변이라 어쩔수 없는 일이다" 하기도 하고 어떤이는 "평소에 대비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다"고도 하였다. 둘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새로운 기술과 성능좋은 복구장비가 개발되어 있는 오늘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비슷한 수해가 반복된다면 이는 인간 지혜의 부족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하늘보고 한탄하던 시대는 이미 옛이야기라고 할때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수해농가의 상처가 너무나 크고 농번기는 닥쳐오고 있어 이래저래 쫓기는 수해복구이지만 관과 민이 흘리는 땀이 앞으로는 보은땅에 단시간에 400~500mm 집중호우가 내린다 해도 수해없이 지나갈 수 있는 철저하고 완벽한 수해복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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