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35>
처음 방문한 중동리 마을은 자연만이 침묵하며 자연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을 수호신 격인 300년 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그랬고 잘 심겨진 푸른 벼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이 그랬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해충과 파리, 악취 등으로 인해 그것이 가장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느타나무를 중심으로 중동리 마을 입구를 가로막고 설치돼 있는 돈사가 30m 높이의 휀스로 둘러쳐져 있고 축사의 냄새는 그 속에 갇힌 채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옭아매고 있었다.
아름다운 청정고을이라 일컬어지는 읍에서 불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에는 악취와 파리 등으로 주민들의 생활이 불편을 겪고 있었다.
과연 십 수 년 된 이 돈사가 그동안 폐기물에 관한 행정의 관리 감독 없이 시설 개선은 물론 재래식 돈사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현장이었다.
다만 고스란히 그 탓을 주민들의 갈등만으로 돌리며 방관해온 행정의 무관심과 허무한 세월 속에 묻혀 울분을 참아온 마을노인들은 이젠 멍들고 소리 없이 지쳐있었다.
한 주민에 따르면 마을 보호수인 느티나무 아래서 마을회의를 하던 중 죽은 참새 한 마리가 마시던 물 컵으로 공중낙하를 하며 떨어지더라는 것이다.
파리를 없애려는 요량으로 제초제에 설탕을 섞어 그릇에 담아 놓은 한 주민에 의해 새까맣게 잡힌 파리를 무심코 주워 먹은 한 참새가 죽었던 것이 그 이유다.
환경은 곧 주민의 생명이다.
이제는 관에서 지체만 할 것 이 아니라 마을의 오염원에 대해 과감히 시설개선 명령이나 축산폐수 관련 조정으로 마을 주민들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다행히 이 시점에 맞춰 일부 축산 농가들은 반대를 하고 있지만 오는 2012년부터 축산업 허가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축산업 허가제가 시행되면 우선 단계적으로 실시하되, 오는 2014년이 되면 일반 사육농가까지 규제를 받게 된다.
또한 법과 관련, 기존의 축산농가에 대해서는 이미 등록을 마친 것으로 인정하지만 신규 농가는 시설 기준을 준수해야 신규허가가 가능하다.
구제역을 비롯 가축질병에 대한 보상도 이제는 축산 농가들의 절대적인 책임이 강화된다.
반가운 일이다. 물론 농촌의 근간인 농축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먼저, 주민을 외면하고 환경을 외면한 축산업은 마을의 평화와 전원생활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비극만을 연출할 뿐이다.
2년 전 서울에서 살다가 중동리로 이사해 온 한 주민은 맑은 물도 마음대로 못 먹고 시원한 바람마저 맡을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전원마을을 꿈꾸며 땅을 부탁했는데 한번 내려 와보고 ‘걸음아 나 살려라’ 모두 줄행랑을 치는 것이 바로 이 마을의 현주소다.
전 세계가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노력하고 있는 이때 가축시설 기준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온 행정책임이 막중함을 느낀다.
환경은 곧 생명이다. 마을의 인심을 깨뜨리고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오염원 배출의 축사시설에 대해서는 행정이 좀 더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하나만 잘살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는 마을 전체의 평화를 깨뜨리는 일이다.
식수도, 환경도 인심마저도 오염되고 있는 한 마을을 살리는데 행정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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