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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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 김정범 실버기자
  • 승인 2010.01.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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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시에 대한 정부의 수정안이 발표되자 새해 벽두부터 정국이 달아올랐고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술렁이고 있다.
수정안을 내놓고 이를 고집 하는 쪽이나 원안 추진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하는 쪽이나 양보 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한 것은 국민들이고 늘어가는 것은 정치에 대안 불신이다. 양쪽 모두의 명분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고 하고 있으니 나 같이 정치를 모르는 사람은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헷갈릴 뿐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원칙이라는 것은 있기 마련이어서 그 원칙대로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 생각 된다.
비록 참여 정부 때 일이라 할지라도 세종 시 문제를 입법화 할 때에는 여 야가 합의하여 결정 하였고 당시 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도 원안대로 진행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하였기에 그런 것들이 원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약속이 잘못된 것 이었다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였으나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기에 국민들이 납득 할 만 한 설명이 꼭 있어야하는데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납득을 하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입법 당시의 여 야 의원들이 바보들이라서 또 몰라서 그렇게 결정 했다고는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여당에서 조차 당론이 모아지지를 않고 있어 수정안에 대한 신뢰를 가지기 어렵다. 어제 아침 뉴스를 들으니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말이 나왔다. 미생지신이란 옛날 중국의 춘추 전국시대 이야기로 노(魯)나라의 미생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여인과 다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기다렸으나 여인은 오지 않고 비가 많이 내려 떠내려 갈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릿발을 붙잡고 버티다가 끝내는 물에 휩쓸려 죽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고사 성어이다. 약속을 지키려고 어리석게 행동 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어느 고위 공직자가 낭떠러지 앞에 다다른 버스 기사의 판단을 수정안에 대한 정당성으로 비유하더니 이번에는 여당의 정몽준 대표가 이 고사 성어를 예로 들어 불행한 결과를 알면서도 약속을 지키려는 것은 어리석다며 창을 내밀자 박근혜 전 대표는 여인이 약속을 어기고 오지 않아 불행한 일이 벌어진 것이지 약속을 지켰더라면 미생이 죽는 불행한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방패로 되받아 쳤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고 또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없으니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정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 손자뻘 되는 꼬마 이이들이 무슨 약속인지는 몰라도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을 걸며 도장을 찍었다고 하자 다른 아이가 말하기를 그러면 확인하고 저장하고 또 복사까지 하자며 손바닥을 맞대고 문지른다. 손가락 걸고 도장 찍는 시늉이야 우리 어렸을 때도 그렇게 하였고 그 것 만으로도 충분한 약속의 표시가 되었는데 이제는 저장하고 확인해 두는 것도 부족 해 복사까지 하고 있으니 요즈음 아이들의 약속 행위도 구체화 되었다고 생각 하며 혼자 웃은 적이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약속 행위가 단순한 시대변화의 표현인지 아니면 불신의 사회가 되었으니 확실한 약속의 증거가 필요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후자의 경우의 비중이 더 크다면 우리는 불신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불행을 안고 있는 것이리라.
약속은 지켜질 때 그 가치가 인정 되는 것이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불신만을 조장하게 된다, 만일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 그 이유를 상대방이 납득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일 아무리 이해시키고 납득 하도록 노력 하여도 상대방이 받아 드리려 하지 않는 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잘못이기 이 전에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나의 잘못이 먼저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만일 세종이 문제가 정부가 발표한 수정안으로 최종 결정 된다면 나의 소견으로는 두 가지 우려 되는 점이 있다. 하나는 국가가 국민에 대한 약속을 파기 한 것이 선례가 되어 이다음 이 선례를 빙자하여 또 다른 약속의 파기가 발생 할 수도 있다는 것과 또 하나는 다음 정권에서 세종 시에 대한 수정 시행은 잘못 되었으니 다시 당초의 원안대로 하는 것이 옳다는 명분으로 국가적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 되는 것이다. 나의 좁은 소견에서 오는 기우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은 분명 할 것 같다.
/김정범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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