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적응에는 전통관습·조기언어 습득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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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 적응에는 전통관습·조기언어 습득 가장 중요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0.01.21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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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홍·무라야마 히또미 부부
▲ 나기홍·히토미씨 부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지혜, 창석, 준석 등 2남 1녀와 나란히 가족애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88년 한국에서 처음 올림픽이 개최돼 온 국민이 감격의 도가니를 연출했던 당시, 보은군의 다문화가정 1호로 20여 년의 부부애를 쌓으며 잉꼬부부가 된 나기홍(48·보은연송적십자봉사회회장·☏043-542-7433)·무라야마 히또미(51·국적 일본·산외초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씨 부부를 만났다.


달랑 사진한 장만으로 첫선보고 결혼 결심

히또미씨의 고향은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오키나와다. 대만에 가깝고 아열대 기후로 1년 내내 따뜻해 사탕수수 2모작이 가능한 지방이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인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2남1녀 중 장녀로서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히또미씨는 나이 적으로 한창 감수성이 무르익던 20세 즈음에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영양사로 활동했다. 직장근무를 하면서 자연스레 교회를 알게 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히또미씨는 그 교회를 통해 현재의 남편 나기홍씨와 부부의 연이 닿게 된 것.
“처음에는 얼굴도 모르고 달랑 사진 한 장만으로 첫선을 본 셈이죠. 서로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이 세상의 인연은 그렇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데 있다고 생각했던 때였으니까요. 그냥 느낌이 좋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히토미씨는 당시 일찍부터 마음속에 생겨난 종교적 믿음 하나로 그렇게 결혼에 올인했다. 한국에 와 경기도 용인 (주)일화 공장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린 히토미씨는 당시 이렇게 백년가약을 맺게 된 부부가 줄잡아 약 6500쌍 정도 된다고 말했다.


전통 관습, 언어부소통, 외로움 큰 어려움

한국에서 신혼생활이 시작됐다. 원만한 가정 속에서 자란 탓인지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며 열심히 살아보기로 다짐을 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이 들었어요. 일본과 다른 전통과 관습의 차이, 언어가 통하지 않는 어려움 때문이었어요. 시아버님은 남편이 어렸을 때 일찍 돌아가시고 홀 시어머님과 같이 생활해 왔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시어머님도 돌아가셨어요.”
유달리 주관적 사고가 확실했던 히토미씨는 시모와의 마찰도 종종 생겨났다고 말했다.
“제가 시간이 없어 어머니 흰 양말을 물에 그냥 담그어 두었다가 혼났어요. 바쁘면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한국의 전통과 관습, 언어부소통에 대한 어려움을 겪었던 히토미씨는 그 때를 회상하며 잔잔한 회한의 미소를 지었다.
“일본은 엄격한 집안이 아니라면 보통 어른들과 생활해도 아래층은 부부가, 윗층은 어른들이 따로 편리하게 합리적인 생활을 해요. 주로 손빨래를 안하고 세탁기만으로 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흰양말이나 속옷 등은 꼭 손빨래를 해야 하잖아요.”


공부에만 주력해야 하는 교육현실 안타까워

행복한 가정의 근원은 뭐니뭐니해도 가족 간 조화다. 2남1녀. 누가 봐도 다복한 가정이다.
나씨 부부와 장녀인 지혜양(18·보은여고 2년), 맏아들 준석(16·보은중 2년), 둘째아들 창석(14·송죽초 6년)이가 살고 있는 보금자리는 보은군 삼승면 우진리 38번지다.
“일본에서는 자녀들의 교육에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지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공부’가 중심인 것 같아요. 저도 한국의 부모가 되어 공부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안타까움이죠. 과외는 안하고 학원엘 갑니다. 마음 같아선 학원보다는 마음공부인 서예나 운동을 시키고 싶지만요.”
히토미씨는 한국의 자녀 교육열이 일본의 그것과 비교할 때 훨씬 강하다고 말한다.
“내 자식이 다른 자녀들과 비교해 잘 되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라고 생각돼요. 저도 한국에서 20여년을 살다보니 어느덧 한국의 엄마가 다 된 것 같아요. 그러나 아이들을 공부에만 모는 것은 정말 안하고 싶어요.”

송죽초 자모회장 및 방과후학교 교사로 활동

남편은 지역 언론사에서 기획관리와 이번에 보은연송적십자봉사회장직을 이끌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부인 히또미씨도 송죽초등서 자모회장은 물론 작년 7월부터 산외초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를 맡아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긍심과 보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관습 익히고 조기 언어습득 가장중요

“다문화가정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의 전통과 관습을 익히는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언어습득에도 스스로 노력해야 자녀교육이나 시부모간 의사소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한 지역에도 많은 다문화 여성들이 있지만 당시는 저 혼자 많은 어려움을 감내했지요. 친정도 자주 못가고 있어요. 아이들 교육에다 활동까지 늘어나니 시간도 없구요. 생각만 많이 합니다.”
“아이들을 키워내고 학교 등 지역사회 활동으로 너무 바빠 친정에도 못갔다”는 히토미씨의 행복한 호소(?)는 한국으로 시집오는 모든 다문화여성들의 미래 희망으로 다가온다.

글 사진/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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