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의 문턱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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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의 문턱에 서서
  • 김정범 실버기자
  • 승인 2009.12.3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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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가 저물어 작별의 손을 흔들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작별은 언제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아쉬움을 남기게 한다. 서로가 이별의 말을 나눌 수 있다면 위로의 말이나 다시 만날 약속이라도 할 수 있으련만 떠나가는 세월에게 무슨 말을 하며 무슨 약속을 할 수 있으랴, 다만 내게 다가와 내 삶의 한 부분을 남기고 바람처럼 가버리는 이 한해의 문턱에 서서 그래도 고마운 마음으로 손 흔들어 보내고 또 다른 한해를 맞을 수밖에. 또 아무리 아쉬워 마음 아파하고 후회 한들 이는 가버리는 세월의 탓이 아니고 그 세월의 자취가 어지럽도록 살아온 내 탓이기에 그래도 이만큼 만이라도 순간순간으로 내게 와서 함께 해 주었던 시간들이 너무 고마워 감사하며 보내려 한다.
 사람들은 이때가 되면 누구나 다사다난 했던 한해였다고 말을 한다. 어떤 때는 좋은 일로 기뻐하기도 하였고 어떤 때는 고난의 어려움으로 괴로워하기도 하였고 어떤 때는 잘못으로 인한 후회로 안타까워하기도 하였고 어떤 때는 평온한 일상으로 만족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삶속에는 기뻐하고 즐거워할 일들 보다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또 우리가 살아 온 세월 속에서도 아픔과 시련의 시간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많은 인생을 살아 온 이들은 만고풍상(萬古風霜)의 세월을 살아 왔다고 말 한다. 오랜 세월을 눈서리 비바람 맞으며 살아 왔다는 말이다. 누구 하나 원해서 눈서리 비바람 맞으려는 사람은 없지만 흔들리기 원치 않는 나무가 바람에 흔들려 시달리듯이 우리의 삶에도 너무나 많은 거센 바람이 우리에게 불어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오랜 세월을 눈서리 비바람에 젖고 흔들리면서도 인생 여정을 헤쳐 온 이 들이기에, 또 이들의 이러한 삶은 지난 한 해 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우리들에게 희망의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가르침이기에 존경과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국가와 사회의 공통된 문제에 대하여서도 함께 울고 함께 웃기도 하였다. 강호순 사건이나 나영이 사건과 같은 패륜에는 모두가 함께 분노 하였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이나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는 함께 마음 아파하였고 나라호의 발사 실패 때는 함께 안타까워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축구가 예선 1위로 월드 컵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을 때는 함께 환호하였고 김연아가 신기록으로 우승하여 태극기가 오를 때에는 함께 박수를 치기도 하였다. 신종 풀루라는 불청객이 아직도 우리를 두렵게 하고 있고 다른 아픔도 많이 있었으나 세계적 금융 위기를 극복한 우리 경제와 이번 아랍에미리트와의 원전 수주 계약은 가는 해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아픔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또 내일이 있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의 아픔이 치유 되는 날이기도 하다. 또 송년의 아쉬움은 희망의 기쁨이기도 하다. 가는 해와 오는 해의 태양이 다르지는 않지만 “내일은 분명 새로운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라고 절규한 스카알레트의 희망의 소리도 들어 보았으면 한다.
나는 해마다 제야의 종이 울릴 때면 언제나 테니슨의 찬송 시를 외워 본다.

종소리 크게 울려라 저 묵은 해가 가는데
옛 것을 울려 보내고 새 것을 맞아들이자
시기와 분쟁 옛 생각 모두 다 울려 보내고
순결한 삶과 새 마음을 다 함께 맞아들이자
그 흉한 질병 고통과 또 한이 없는 탐욕과
전쟁은 울려 보내고 평화를 맞아들이자
기쁨과 넓은 사랑과 참 자유 행복 누리게
이 땅의 어둠 보내고 참 빛을 맞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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