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 덴마트 보다 16배, 일본보다 1.4배 쏟아 부어
친환경축산이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온갖 고기들은 왜 친환경 고기가 아니고, 또 친환경 고기, 안전한 고기라고 불리는 육류는 어떤 것들일까? 본사는 지역축산의 대표품종인 한우, 양돈, 양계 분야 친환경축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옥천신문과 기사를 제휴, 국내외 축산농가의 사례를 중심으로 친환경축산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항생제 사용 세계 1위, 그 결과는?
친환경축산에 대한 이해를 하기위해서는 먼저 ‘세균’과 ‘항생제’, 그리고 ‘내성균’이라는 세 명의 등장인물을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세균. 박테리아는 말 그대로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단세포 미생물이다. 된장과 술, 빵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병을 가져오기도 한다.
물과 공기, 먼지를 통해 사람과 동물의 몸에 기생하며 가볍게는 알레르기에서 설사나 감기, 복통 등 질병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죽음을 강요한다. 중세 유럽의 흑사병이나 1차 세계대전 당시 최고 3천 만 명 이상의 지구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스페인독감은 인류에게 ‘세균=죽음의 공포’라는 인식을 주기 충분했다.
그다음 등장인물인 항생제. 인류에게 공포의 근원이었던 세균을 죽일 수 있는 첫 번째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1928년 페니실리움이라는 곰팡이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세균을 죽인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 면역학자의 발견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뒤로 이 물질은 세균을 끝장내는 방식을 중심으로 페니실린계, 세팔로스포린계, 테트라사이클린계, 클로람페니콜계 등 다양한 계보로 발전하며 비록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은 있지만 인간과 동물의 몸에 기생하며 건강을 해치는 세균에 대항할 수 있는 구세주가 되는 듯 했다.이렇게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것만 같았던 세균과 항생제의 만남은 과학자들도 예기치 못했던 복병을 낳는다. 세균과 항생제의 만남이 낳은 복병, 그것은 바로 내성균의 탄생이다.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생명체인 박테리아는 항생제라는 도전에 맞서 그 공격을 굳건히 견딜 수 있는 체력, 즉 내성을 갖춘 세균인 내성균으로 진화했고 이 내성균 문제는 최근 인류생존의 최대위협으로 손꼽히는 슈퍼박테리아(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항생제로도 죽일 수 없는 치사율 100%의 세균)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균과 항생제가 만나서 낳은 내성균이라는 녀석은 주로 어디서 인간에게 감염될까?
당연히 세균과 항생제가 만나는 곳, 바로 병원이다. 원내감염, 병원감염이라는 말로 뉴스가 되는 의료문제의 상당수가 내성균의 대표주자 격인 MRSA(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포도상구균) 감염사고이며, 보건복지부가 앞장서서 병의원의 지나친 항생제 남용 실적을 실명으로 경고하고 있는 것도 바로 항생제 남용이 현대의학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내성균 문제의 따뜻한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소아과에서 아이들에게 과도한 항생제를 투여해 당장 아픈 아이의 열을 내리고 붓기를 가라앉히면 ‘잘 듯 는 병원’이라는 인기를 얻지만 동시에 이렇게 투입된 항생제는 아이들의 몸 안에서 아토피로 나타날지, 아니면 어떤 원인모를 질병으로 나타날지 모를 내성균을 자라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친환경축산을 이야기하기 전에 항생제 오·남용률 세계 1위라는 나라에 사는 국민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상식이다.
◆그리고 축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5년 10월4일, 우리나라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우리나라 축산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약 25쪽 분량의 실태보고서를 한 편 발표했다. 〈축수산 동물약품(항생제) 실태 보고서, 부제 : 축수산물 항생제 오남용 실태와 개선방향〉라는 제목으로 2005년 정기국회 사회인권분야 정책 보고서로 제출된 이 문건은 그동안 보건 분야의 오남용 문제로 논의되던 항생제 문제가 우리나라 축산분야에서도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일단 참여연대가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 일부를 살펴보자. 2002년을 기준으로 소, 돼지, 양, 염소, 닭 등 우리나라 축산물 생산량은 169만 879톤. 비교대상이 된 일본의 절반 수준이고 세계최고의 축산 강국이라는 덴마크보다 약간 적고 뉴질랜드보다는 약간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것을 항생제 사용량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축산물 생산량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인 덴마크의 항생제사용량 16배, 축산물생산이 우리보다 2배에 이르는 일본과 비교해도 항생제 사용량 만큼은 축산물생산량과 무관하게 일본보다 500톤 더 많은 일본 축산물 항생제사용량의 1.4배의 물량을 축산물에 쏟아 붓고 있었다.
축산물 생산량이 우리나라의 24배에 가까운 미국과는 어떨까?
우리가 쓰는 축산물 항생제의 규모가 적정한 것이고 일본이나 덴마크가 적정수준보다 적게 쓰는 것이라면 미국의 항생제 사용 규모도 축산물 생산량에 비례해 우리나라보다 20배 이상 사용할 것 같지만 실제 사용량은 우리나라의 3.8배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렇게 막대한 규모의 축산물항생제 남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가축의 항생제 내성균이 인체에 영향을 줘 사람의 질병치료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 인간의 몸으로 들어와 피와 살이 되는 우리 고기의 안전성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돼지 > 닭 > 소'의 비밀
그렇다면 농가에서는 왜 는 소비자들의 몸에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될 가축들에게 이렇게 많은 양의 항생제를 투입하는 것일까?
축산농가가 항생제를 남용하는 이유는 항생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가축의 종류를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축의 사양형태가 항생제 남용의 수준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의 보고서에 따르면 축종별 항생제 사용량의 1위는 돼지가 차지했다.
우리나라 양돈 농가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사용한 각종 항생제(성장촉진제 포함)는 년 평균 87만 1천741kg으로 같은 기간 양계농가가 닭에 투입한 연평균 항생제 투입량(35만 975kg)의 두 배를 훌쩍 넘었으며 가장 덩치가 큰 소의 수준(10만 9천500kg)을 일곱 배 이상 뛰어넘는 실로 엄청난 수준이다.
삼겹살로 상징되며 한국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다는 저렴한 고기인 돼지고기.
치킨, 삼계탕 등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육류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닭고기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한육우 계통의 소고기는 상대적으로 돼지나 닭에 비해 항생제 노출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반추동물인 소에게 항생제를 과다하게 투입할 경우 오히려 장내 미생물이 파괴돼 건강이 악화되는 등 종축별 특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으로는 축산현장에 만연한 열악한 사육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돼지와 닭이 갖고 있는 최소한의 본성조차 고려되지 않은 채 오로지 단시간 최대의 고기를 확보하기 위해 형성된 사육환경은 항생제 없이는 도저히 닭과 돼지를 소비자에게 전달 할 수 없는 상황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돼지와 닭의 잔혹한 사육환경은 지난 5월23일 KBS 1TV에서 2부작으로 방영한 `환경스페셜-동물공장 2부작(1편 : 1㎡의 자유, 돼지, 2편 : 알 낳는 기계 닭)'으로 소개돼 전국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기도 했다. 성장촉진제, 항균제 등 수의사도 그 종류를 일일이 다 알 수 없을 만큼 많다는 항생제는 보통 배합사료와 자가치료용으로 가축에게 투입된다.
참여연대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에게 투입되는 항생제의 유통경로의 51%∼56%가 배합사료제조용이며 38%∼43%가 자가치료용이라고.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유통되는 항생제에 대한 축산당국의 관리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가축에게 투입되는 항생제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거치는 모니터링이라는 것이 고작 도축장에서 실시하는 항생제 잔류검사가 전부이며 이나마도 전수검사가 아닌 샘플채취검사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세계최고 수준의 축산항생제 사용국이면서도 실제 항생제 잔류로 제재를 받는 실적은 극히 미미한 결과를 낳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 2004년 12월 배합사료에 첨가할 수 있는 항생제 수를 53종에서 25종으로 감축시키며 배합사료분야의 항생제 남용을 억제하고 있지만 농가가 직접 항생제를 구입해 가축에게 투입하는 자가치료용 항생제 이용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이렇게 투입되는 자가치료용 항생제의 유통과 처방은 철저히 민간에 맡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충청북도 농정국 축산계 신창균 담당은 “친환경축산을 확대하기 위한 국가나 충청북도의 정책사업이 개별농가가 아닌 법인 및 작목반 단위라는 점에서 광역친환경단지사업이 주는 의미는 크다”며 “축종을 떠나 친환경축산농가가 이 사업을 위해 결집한다면 무항생제 사료의 공급보조 등 개별농가 차원에서 받기 어려웠던 각종 사업에 참여할 기회는 당연히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휴 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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