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천주교 보은성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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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천주교 보은성당 신부
  • 보은신문
  • 승인 1990.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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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지 못하는 세상
어느 집 아빠와 아들이 목욕탕엘 갔다. 아빠는 따끈한 탕안에서 쌓인 피로를 풀며 “아, 시원하다, 아 시원하다”를 연발했다. 조그만 아들이 아빠의 소리를 듣고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정말 시원해? 뜨겁지 않아?”“그래 너도 들어와 보렴” 아들은 한쪽 발을 탕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얼른 빼면서 하는 말 “원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네”하더란다. 누군가 우스개소리로 지어낸 이야기로 제쳐버릴 수도 있겠지만 오늘의 우리 사회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든다.

우선 세상이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믿지 못할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어른들의 지키지 않을 헛된 약속 때문에 세상은 믿을 놈이 없어지고 저질스런 장난감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어른들의 세상은 어떠한가? “믿어주세요”하면서도 순박한 백성들은 도무지 이해 못할 소리만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한 사람이 어제를 잊은 듯 공자님 같은 거룩한 말씀을 하는 세상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상처를 입는다.

믿을 놈 없는 세상은 나만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거나 다른 피해를 보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스스로 자기가 피해자라 생각한다. 반면에 가해자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책임질 사람도 없고, 고쳐야 할 사람도 없다.

어쩌다 이웃에 누를 끼쳐도 '나도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는데 뭐'하는 식으로 자기를 변명한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거나 피해를 보지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경계하고 자기방어벽을 높이 쌓아간다. 이것은 철저한 이기주의를 낳고 우리 삶을 더욱 각박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이래서는 안되는데'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탓을 남에게 돌리려 들지 말자. 나에게도 잘못이 있었다고, 나의 이기주의가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봄직 하지 않은가. 그러면 우리 사회는 훨씬 포근해지고 믿은 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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