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농현상 해마다 심각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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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농현상 해마다 심각해져
  • 보은신문
  • 승인 199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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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천6백53명의 군내 인구 감소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맞이하여 군내에서도 이농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이 현상이 어제 오늘에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60년대 이미 한국농촌의 상당한 지역은 인구성장율에 있어 전국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상대적 또는 절대적 감소를 나타냈고 70년대 이후에는 10∼50세 사이의 폭이 커지고 노년층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농촌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실정은 군내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해마다 수 천명씩의 인구가 외지로 나가고 있어 지역 및 농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군내의 이농현황을 살펴보면 87년 6만2천8백96명에서 2천8백65명이 이농 4.5%의 인구감소율을, 88년에는 6%, 89년에는 3천6백53명이 이농해 6.1%의 농촌인구감소율을 기록하는 등 매년 이농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내의 어느 마을에서나 2∼3채 가량의 빈집을 쉽게 볼 수 있고, 자녀들을 모두 도시로 내보내고 60∼70대의 세대주만이 살고 있는 가구가 많은 점으로도 이촌향도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나는 못 배워서 농사를 짓더라도 자녀에게는 부모의 농업유산을 남겨 주지 않겠다”는 엄태식씨(50. 보은 삼성1구)의 말에서도 나타나듯, 조상대대로 삶의 뿌리를 내려왔던 고향을 등지는 이유는 보다 나은 교육과 취업기회의 획득을 통한 사회적 상향이동을 지향하는 추세에 편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영구이촌자의 경우는 농업생산활동의 기반이 약하거나 농업생산성의 저하에 죄절하여 농촌을 떠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겪고 있는 것은 아니고 이미 선진국에서도 이런 과정을 경험한 것으로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로 설명되어지고 있으나, 농촌 인력의 감소에서 빚어지는 농촌 내부의 문제를 동시에 생각하고 그 해결책을 세워 가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마로면 수문리의 김상목(65)씨가 “학교, 도서관등 교육시설이 변변하게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지 않으며, 자녀가 취업의 문이 넓은 도시로 나가 보다 좋은 여건에서 사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반문하는 것을 들을 때 현재 농촌의 문화 및 경제수준이 도시에 비해 너무 낮아 수십년간 종사해 온 농업을 버릴 수밖에 없다는 농촌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다.

사실 농촌인구는 질적인 면에서 소득, 교육, 문화, 의료보건의 수준 모두가 도시인구의 그것과 비교할 때 커다란 격차를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농촌에 남아 있는 인구는 자연히 사고방식이나 생활에 임하는 태도가 부정적이고 강한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 농촌에 남아있는 사람이라 해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도시로 떠날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안 될 경우 자식만이라도 도시로 내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탄부면 상장2구 권유혁(50)씨는 “주위에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것을 볼 때 오히려 부럽더라”며 이농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서 농촌을 떠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고 현재 남아있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나가야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는데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자식 모두를 도시로 내보냈다는 삼승면 천남2구의 강채구(58)씨가 “농사를 짓는 사람은 꼭 있어야 하나, 내 자식만큼은 농부로 키우고 싶지 않아 모두 대학가지 보냈다. 지금 자식들은 모두 좋은 여건 속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말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농촌인구의 이출동기는 교육과 취업문제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주로 빈농계층의 사람들로 가족 모두가 농촌을 떠나는 영구이출자들 중에는 늘어나는 농기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전답을 모두 팔고 도시에 나가 도시영세민으로 전략하여 영세적인 비숙련의 서비스업 및 단순노동 등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데, 오히려 농촌에서 흙을 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고 있어 한국 농촌의 구조적 문제성을 심각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요즘들어 크게 부각되고 있는 농촌총각들의 결혼 문제로 농촌을 떠나고 있는 젊은이들도 상당수 있어 농촌생활을 기피하려고만 하는 현대인의 의식을 의심케 하고 있다.

이처럼 농촌을 완전히 떠나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고 최소한 1∼2명씩은 누구나 도시로 나가있는 농촌가정을 볼 때 우리 농촌의 미래는 밝지가 않다.

이농현상이 일반화되면서 농촌 자체내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영구이농자들이 살던 집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동네 미관을 상당히 흐리게 하고 있으며, 또 이들이 경작하던 전답을 그대로 두고 떠난 경우 부재지주의 증가를 가속화시키게 되어 한국의 관행적 소작료율로 볼 때 농업발전을 저해하고 있음은 물론, 자본은 부족하나 영농에 종사하기를 원하는 영농정착세대의 정책기반을 마련해 주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점은 이출자의 대부분이 20∼50세 사이의 젊은층으로 농촌은 노령화, 여성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으로 농촌임금은 날로 올라가고 있으며 그나마 일손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군내에서 과수원, 비닐하우스 등을 하는 경작자들은 일당 2만원 이상을 주고도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 같은 농촌 노동력의 부족은 농번기에 접어드는 내달부터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이농문제의 해결은 경제발전을 위해서나 사회발전을 위해서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방향은 농공간, 지역간의 불균형과 2중구조의 극복을 통한 자립경제에의 추구에서 찾아야 한다.

즉, 농촌인구감소를 경제발전 과정의 산물로 생각하며, 농촌에 남는 인력의 질적 수준을 높임과 동시에 도·농간의 기회불균등 문제를 점진적으로 시정해 나가는 근본적인 대책과, 계절적으로 존재하는 유휴시설을 생산적으로 활용하여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 방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군내에서 더 이상의 이농을 막을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적시해 보면, ▲ 영농후계자들에 대한 농업관 정립과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교육의 강화를 위하여 농업고에 대한 농업교육 및 산학협동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 도시와의 문화수준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군 도서관이 제구실을 할 수 있게 행정적 뒷받침을 해 주는 등 문화 및 교육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 ▲ 농지정리등 농업생산기반을 확충하고 농업기계화를 추진해야 한다.

▲ 농가소득 안정을 위하여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도록 농협의계통출하기능을 재고해야 한다. 이상에서 군내 이출인구가 왜 날로 늘어만 가는지 그 이유를 조사해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나름대로 제시했다. 그러나 내고향을 지켜야한다는 애착심이 군민 모두에게 근본적으로 심어져 있을 때, 비로소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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