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고량 누적 … 풍년이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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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고량 누적 … 풍년이 더 걱정
  • 곽주희
  • 승인 200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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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곡수매가 하락 전망 농가소득 감소 우려
전국적인 쌀 재고량 급증으로 풍년농사를 앞두고 쌀 재배농민들이 오히려 소득감소를 우려하는 쌀 대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소비는 줄어드는 대신 생산량은 늘어 미곡창고마다 쌀이 넘쳐나지만 이를 관리하는 최소한의 비용마저 건지지 못해 쌀 값 폭락을 걱정하는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다음 달부터 시작될 추곡 수매가 닥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 농가들 사이에선 위기감마저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측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군에 따르면 지난해 5671ha의 재배면적에서 20만석(2만8800톤)을 생산, 올해는 5672ha의 재배면적에서 18만6000석(2만6743톤)의 쌀 목표 생산량으로 잡고 있으나 풍작이 예상,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된다.

특히 올해 정부양곡 수매계획은 6782톤으로 지난해 7748톤보다 9%가 감소했으며, 지난해 1만88톤을 자체수매한 농협에서도 추곡수매를 한달여 앞두고 물벼 수매량과 수매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내 미곡종합처리장들에 따르면 쌀 재고량이 누적된데다 지난해 쌀 시세가 추곡수매 이하로 하락되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관내 각 미곡종합처리장들은 올해 자체 수매량을 지난해와 비슷한 물량 또는 축소할 계획으로 수매가격은 시세에 맞춰 결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농민들의 소득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군내 미곡종합처리장들의 올해 추곡수매 예상가격은 40㎏ 벼 1등급의 경우 정부수매 6만440원보다 6∼8000원 정도 낮은 5만4000원∼5만2000원선에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PC 한 관계자는 “5년연속 풍년농사에 따른 쌀 재고량 누적으로 현재 쌀 시세가 5만원∼5만3000원선(40㎏ 한가마)에서 형성되고 있다”며 “주민토론회 등을 거쳐 올해 수매가격을 책정할 계획으로 적자운영되고 있는 실정으로 현 시세를 외면하고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이에 대해 쌀 소비량 감소와 질(質)보다는 양(量)위주의 쌀 증산 정책을 폈던 정부의 농정 실정(失政)을 꼽고 있으며, 벌써부터 수확할 벼를 어떻게 판매할 지 골몰하면서 물벼수매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나머지는 저장할 수 밖에 없어 곡물 건조기 구입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농민들은 “6년전 1인당 106.5㎏였던 쌀 소비량이 1999년에 96.9㎏, 2000년에는 93.6㎏으로 급격히 줄어 들었으나 오히려 쌀 생산량은 점차 늘어 극심한 가뭄으로 시달렸던 올해도 그 어느 때 못지않은 풍작이 예상되고 있다”며 “풍년이라는 말이 이제는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됐다. 수매량 감소와 수매가 인하가 이어질 경우 농가 소득기반을 잠식, 부채로 허덕이는 농가의 도산 도미노 현상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농민 김모씨(36, 보은 성주)는 “1년에 한번 목돈 만져볼 기회인 추곡 수매가 막상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부채 갚기도 힘들다”면서 “정부에서 쌀 수습 및 안정대책이 발표됐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매한 정책으로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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