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의 상징 ‘소’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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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의 상징 ‘소’ 예찬 
  • 최동철
  • 승인 2023.10.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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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보은 대추 축제’가 한창일 때 보은읍 보청천 한쪽 편에서는 ‘보은 전국 민속 소 힘겨루기대회’가 열렸다. 150여 마리의 우람찬 황소 힘겨루기 소들이 희멀건 눈 부라리고 콧김과 침 날리며 서로 들이박아 밀어제치곤 했다.

 관중들은 ‘우~’하며 함성도 지르고 주먹도 불끈 쥐어가며 ‘소싸움’을 즐겼다. 사실 소싸움이나 스페인에서 열리는 투우경기는 동물 학대와 고통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있다. 동물의 고통을 일으키는 부도덕한 행위, 역사와 문화적 전통의 행사라는 주장이 서로 상충하고 있다.

 한편 식도락가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쇠고기 육질 향상을 위한 ‘속리산 한우 고급육 경진대회’도 열렸다. 투우와 달리 ‘살코기 맛’으로 육우 사육농들이 우열을 다투었다. 또 한편에선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을 서로 유치하겠다며 3개 마을 주민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처럼 소는 인류에게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고 종국에는 관용과 희생으로 모든 걸 헌신한다. 머리끝부터 꼬리 끝, 발톱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게 바로 소다. 송아지 때는 소유주 재산축적의 원천이 된다.

 젊은 소는 농경, 운송, 운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동력으로 사용된다. 예전 시대의 소는 쟁기질, 수레 끌기, 물 긷기 등 농사에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 자동차가 흔해지기 전까지는 주요 운송 수단이기도 했다. 소달구지 뒤 빌려 타고 학교에 갔던 유년 학창시절 기억이 새롭다.

 소의 생애는 그야말로 인간에 대한 헌신과 희생뿐이다. 생전엔 우유, 치즈, 버터, 요구르트 등 다양한 유제품을 선사한다. 인간의 유아 때부터 노년 때까지 필수불가결한 단백질, 칼슘, 비타민, 지방, 프로바이오틱스 등의 공급원 노릇을 한다. 소의 대소변은 양질의 비료가 된다. 

 죽어서까지도 인간에게 유용한 모든 걸 준다. 한류 ’K 음식‘의 대표 격인 불고기, 비빔밥, 잡채, 곰탕 등의 주 식재료가 된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소머리국밥, 내장탕, 꼬리곰탕, 천엽, 막창 구이, 선짓국, 도가니탕 등도 제공한다.

 쇠가죽은 의류, 가방, 신발 등 다양한 제품의 소재가 되고, 쇠뿔, 발톱, 힘줄 등은 아교로 가공된다. 뼈다귀는 곰탕이 된다. 이같이 아무런 대가 없는 인간에 대한 소의 무한한 희생과 관용은 인도에서 소를 신성시하는 문화를 창출했다. 인도에선 소가 보호받고 존중받는다.

 이러한 소의 이타적인 상을 신성시한 나머지 소의 피를 인간에게 수혈하려는 시도마저 있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소의 혈액을 인간에게 수혈하는 연구와 임상시험이 진행되었지만, 실패로 끝났다. 소의 혈액형은 인간의 혈액형과는 호환되지 않아 사람에게 수혈하면, 혈액 응고, 혈관 손상,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희생과 관용의 상징인 소와 겉 욕심과 교만뿐인 인간의 사례가 대비되는 부끄러운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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