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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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타령 
  • 최동철
  • 승인 2023.09.1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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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고추와 고추장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나라는 의외로 많다. 고추의 원산지로 알려진 멕시코의 칠리는 아주 매운 붉은 고추를 말한다. 칠리에 토마토를 곁들인 칠리소스는 매운 것으로 유명한 멕시코 음식 타코, 부리또, 퀘사디야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는 대표적 고추양념이다.

 인도 음식에도 고추는 커리(강황) 못지않은 중요한 향신료다. 우리 음식에 비해 덜 맵지만 탄두리 치킨, 비르야니, 카레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인 팟타이, 똠얌꿍 등 태국 요리에도 매운맛의 풍미를 가미하기 위해 고추를 활용한다.

 맵고 얼얼한 맛으로 유명세를 타는 사천요리의 본고장 중국 남부 쓰촨성과 후난성의 요리도 고추를 많이 사용한 매운 맛을 특징으로 삼는다. 마라탕, 훠궈, 사천식 닭고기 등이다. 이외에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국가들도 고추를 식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들 국가들보다 훨씬 더 많이 다양하게 고추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으뜸의 나라다. 고추는 한국음식의 대표적 향신료이자, 한류 붐을 타고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한국 음식의 맛과 풍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발효시켜 만든 양념인 고추장은 이제 세계화가 됐다. 세계인 이 즐겨 찾는 비빔밥과 떡볶이는 매운맛과 단맛이 잘 조화된 한국 고추장만이 발현할 수 있는 독특한 맛과 풍미의 소산이다.

 물론 고추처럼 고추장과 비슷한 장류를 양념으로 사용하는 국가도 많다. 한반도와 가까워 교류가 많았던 일본 나가사키현은 유사한 고추장을 요리에 사용한다. 중국의 일부 지역에도 제조법이 다른 매운 양념장이 있다.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도 비슷한 고추장이 있다.

 다만 한국의 고추장과는 재료와 제조법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고추장은 한국 음식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재료를 사용한다. 쌀 따위로 질게 지은 밥이나 찹쌀가루에 메줏가루ㆍ고춧가루를 넣어 밀봉 후 그늘에서 자연 발효시켜 고추장을 완성한다.

 한국 고추장은 2009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총회에서 한국어 발음 ‘Gochujang'으로 국제식품규격을 통과했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개발한 고추장 매운맛의 단위도 GHU(Gochujang Hot taste Unit)로 정해 2020년에 세계규격으로 채택됐다.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고추장’인 것이다. 한데 최근 들어 장류 생산업체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한 고추다대기를 주원료로 하여 고추장을 제조한다는 것이다. 마른고추·고춧가루를 수입하면 관세가 270%인데 반해 반가공 상태인 다대기는 44.5%에 불과하기 때문이란다.

 어쨌든 여하를 막론하고 고추장의 품질은 지켜져야 한다. 고추장은 이제 국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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