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 불여튼튼
상태바
만사 불여튼튼
  • 나기홍 기자
  • 승인 2023.07.20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가 내렸다. 장맛미가 내렸다.
 7월 들어 며칠간 맑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며 비가 내리기 시작해 12일 연속 비가 이어졌다. 이중, 지난 14일과 15일 이틀간 내린 비는 11개 읍면 평균 300㎜이상 쏟아져 내렸다.
 속리산면과 회인, 보은, 삼승, 수한, 회남, 산외면에는 하루에 200㎜가 넘는 비가 내렸고, 이중 속리산면과 회인면은 각각 218.5㎜와 219.5㎜를 기록했다.
이번 비로 보은자역 곳곳은 터지고, 무너지고, 쓰러지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보은읍, 삼승, 수한, 내북, 산외, 속리산, 수한면 등 곳곳에서 산사태가 축사를 덮치고, 제방이 붕괴되고, 주택 축대가 무너지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수 십여 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조만간 알게 되겠지만 전국 곳곳에서 수억 원,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의 재산 피해와 수십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과 비교할 때 우리 보은의 피해는 경미하다.
  우리 보은에도 물 폭탄을 맞은 일이 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아픈과거다.
지금으로 부터 43년 전인 1980년 7월 22일. 이날 보은군에는 비가 쏟아져 내렸다. 정말 억세게 쏟아져 내렸다.
대부분의 보은지역 초·중·고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가던 날이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면서 보은지역 곳곳의 저수지와 냇가는 물로 가득 찾다. 오후 들어 장대 같은 소낙비가 쏟아졌다. 불과 5~6시간 만에 302㎜의 물 폭탄이 터졌다.
동다리 하천이 무너지면서 보청천의 물은 보은읍으로 휩쓸고 들어왔고, 들어온 물은 보은읍 일대를 1.2m이상의 높이로 휩쓸고 지나갔다.
 식품점, 식당, 의류점, 문구점 등 보은읍 곳곳의 상가에 그 무엇 하나 성한 것이 없었다.
 보은군 역사 이래 최대 홍수인 1980년 대홍수는 302㎜의 장대비가 하루 동안 집중적으로 쏟아져 보은읍 장속리의 장속저수지 둑이 무너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보청천의 물이 동쪽에서 들어오고, 거현천과 황곡천의 물이 서쪽에서 쏟아져 들어왔다.
 둑이 터지자 순식간에 보은읍 전체는 물속에 잠겼다.
이 당시 수해로 97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74명의 부상자에 1만7,645명의 수재민이 발생하는 대 참사가 빚어진 것이다.
4,669동의 건물이 침수됐고, 농경지 3,361ha, 농작물 5,168ha 등 당시 가치로 396억 4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논1평에 4~5,000원에 불과 하던 것을 생각하면 현재 1조5,000억 원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전두환 국보위 보안사령관은 보은의 수해 소식을 듣고 헬기를 타고 직접 보은을 방문해 현장을 확인하고 신속한 복구와 지원을 지시했다.
 1980년 보은 대홍수를 지난지 18년후인 1998년 8월 11일에서 18일사이 무려 795㎜의 비가 쏟아져 내렸고, 특히 8월 12일 내린 409㎜의 집중호우로 사망 2명, 주택 1446동, 농경지 2311ha 침수 등 피해액이 총 1,356억원에 이르렀다.
 이 피해 규모는 당시 보은군 2년치 예산과 맞먹는 규모였다.
이때부터 보은군은 하천은 물론 저수지 등에 대해 철저한 수해 예방차원의 설계와 시공 및 관리를 해왔다. 그 결과 전국 곳곳에 커다란 비 피해가 닥쳐도 우리 보은에는 큰 피해는 없었고 있어도 소규모에 불과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상기후에 따른 폭우와 폭설, 혹한이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알 수 없는 만큼 더욱 철저한 재해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만사 불여튼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