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걱정
상태바
물 걱정
  • 양승윤 (회남면 산수리)
  • 승인 2023.07.06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자원연구원(WRI)이라는 범세계적인 다국적 연구기관이 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12개소의 대규모 해외 연구소에 60개국이 연구에 동참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세 나라에 분원 성격의 연구소가 있다. WRI는 불과 7년 후인 2030년이 되면, 세계 45개 대도시에서 4억 7000만 인구가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 자료의 선두 그룹에 서울이 포함되어 있다. 이 연구원은 전 세계를 물 부족 국가에서 물이 풍족한 국가까지 다섯 권역으로 구분하고 우리나라를 중국이 포함되는 세 번째 그룹으로 ‘중상(中上) 수준으로 물이 부족한 나라’로 분류하였다. 첫 번째 그룹인 극심한 물 부족 국가로는 주로 중동국가들로 카타르, 이스라엘, 레바논, 이란, 요르단 같은 나라이며, 북한과 일본은 우리보다 한 단계 나은 중하(中下) 수준 물 부족 국가로 구분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2016년에 발표한 2050년 환경전망에서 2050년이 되면 세계인구의 40% 이상이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자료도 있다. 189개 회원국을 거느린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의 보고서다. 2021년 10월에 발간된 물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36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연평균 한 달 정도 물을 적기에 이용하지 못하였고, 이 숫자는 2050년이 되면 14억이 증가하여 50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주요 원인은 인구증가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담수(淡水)의 감소인데, 2021년 현재 지구상에 남아 있는 담수의 양은 지구상에 있는 물의 0.5%에 불과하다고 한다. 세계적인 산업성장과 인구증가는 보다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물 수요 증가와 수질오염으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멀리 아프리카나 중동의 경우를 차치하고 가까운 동남아의 예만 보더라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대륙부 동남아의 젓줄인 메콩강 상류에 중국이 대규모 댐을 건설하여 베트남과 태국 등 세계적인 쌀 생산 대국이 물 부족 사태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1961년 첫 용수공급 협정을 맺은 이래 현재까지 60년 넘게 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용수를 공급하는 말레이시아는 홍콩이 중국에 지불하는 수준으로 물값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고, 싱가포르는 유엔에까지 등록해 놓은 양국 간의 협정을 결코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년 3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물 부족으로 인한 세계적인 식량자원 감소를 우려하였다. FAO는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이 강수량은 풍부하지만 85.52%로 높은 ‘물 스트레스국가’라고 엘로우 카드를 치켜들고, 2025년이 되면 ‘물 기근(飢饉)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 스트레스국가는 물 사용량이 높은 나라를 말한다. 환경부의 2017년 통계를 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이 287리터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물 대량 소비국가다. 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 독일(127리터)과 덴마크(131리터)의 두 배가 넘는다. 우리는 물 부족을 느끼지 못하듯이 식량부족 걱정을 잊고 산 지가 오래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걱정스러운 수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의 통계를 토대로 우리나라 곡물 자급도가 23%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는 현재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가라는 묵직한 등짐을 지고 있다. 2022년 5월 농림축산식품부 발표를 보면, 식량자급률은 45.8%로, 곡물자급률 21%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콩과 밀의 자급도는 23.7%와 1.1%에 불과하다. 모두 2021년 통계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식량자원의 원천이다. 우리는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 듯이 물을 풍족하게 쓰고 식량자원이 부족한 줄 모르고 사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 손자들 시대는 어떨까? 우리가 바람처럼 지나간 격동의 세월을 염두에 두자면, 가까운 장래가 될 손자들 시대의 물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금의 세계적인 물 문제의 원인은 기후위기와 인구증가, 물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화, 하천과 생활환경의 오염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우리 소시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게 있다. 농약 성분이 하천으로 스며드는 것을 엄중하게 감시하고, 생활하수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건조해서 퇴비로 재사용하는 일일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아름다운 대청호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