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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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만상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23.03.0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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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 중에서 봄에 하는 일이 뭐가 있지요?”하고 조무래기 초등생들 앞에서 선생님이 물었다. 자기들끼리 조잘거리던 아이들이 약간 조용해졌다. ‘씨 뿌려요’하는 답변을 기대했으나 입을 여는 아이가 없다. 드디어 한 남자 아이가 “예, 있어요. ‘삐삐’도 뽑아먹고요...”하자 선생님이 웃으며 “예이 녀석아, 그건 소나 먹는 것이지”하고 무시통과 했다.
겨우내 옴추리고 있던 어미닭도 갓 부화한 병아리들을 모두 데리고 양지쪽으로 봄나들이를 나왔다. 이윽고 어미는 자그만 씨앗 하나를 주어서 “꼬꼬꼬꼬”하고 들었다 놓았다하면서 주의를 끌었다. 흩어져 있던 병아리들이 그쪽으로 모였다. 먼저 간 놈이 그것을 집어 먹는다. 어미와 새끼들이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어미닭이 큰 소리로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하늘 위에 솔개 한 마리가 빙빙 돌고 있었다. 병아리들도 흩어져서 우왕좌왕 했다. 공중에서 병아리를 채가려던 솔개는 어미의 맹렬한 공격으로 실패하고 땅으로 내려와 앉는다. 그리고 저만치서 다시 기회를 노린다. 어미는 또다시 도전적인 날개를 펴고 솔개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그러나 어미닭에게까지 달려들지는 않았다. 결국 솔개는 포기하고 멀리 날아가 버렸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주 보아온 광경이다. 어미닭은 자기 새끼를 지키는 데는 솔개보다도 더 용감했다. 어미가 있는 병아리들은 살벌한 자연 속에서도 생명을 부지할 수 있어서 행복한 편이다. 그런데 어미 없이 부화기에서 태어난 병아리들은 의지할 데 없는 고아신세로 어릴 때 생존가능성은 거의 없다.
직도 있는지 모르지만 옛날에는 “병아리감별사”라는 이색 직업이 있었다. 부화기에서 쏟아져 나온 엄청난 양의 병아리들의 암수를 구별하는 직업이었다. 키워서 알을 빼먹을 수 있는 암놈은 살리고 수놈은 없애버리는 병아리의 저승사자였다. 그들 숙련공들은 손에 잡힌 병아리를 잠간사이에 바로 분류하여 생사의 바구니 통속으로 던져 넣는 것이었다. 이렇듯 살려고 태어난 병아리의 생명이 순간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인간도 죽은 후 저렇게 분류되는 것은 아닐까 의심도 해본다. 사람은 이릴 때는 순수하기만 하다가 성장과 함께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정보와 생존법칙도 배우게 된다. 사상과 종교의 찌든 때를 입고 나름대로의 고집도 키우게 된다. 그리고 차츰 타락해 간다. 아직도 의문인 것은 “불신지옥”이니 “천당과 극락”, “영생” “구원” 등 종교에서 선전하는 말들이 정말 실존하는 것인가? 아니면 생시에는 대뇌피질에 저장되었다가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상념인가? 하는 의문이다.
또한 우리가 죽은 후에는 저 병아리감별사처럼 저승사자가 우리의 영혼을 감별하여 천당과 지옥으로 보내지는 것인가? 아니면 죽음과 동시에 완전히 무로 돌아가 버리고 마는 것인가? 눈을 크게 돌려 우주공간으로 나가보자. 내가 사는 지구로부터 1,450,000,000㎞ 떨어진 토성을 도는 “카니시호”가 지구를 되돌아보고 찍은 지구의 모습은 그야말로 우주의 한 점 티끌에 불과했다. 그 티끌 속에 70억 명이나 되는 인간들이 모여 산다. 나는 그들 중의 하나. 바이러스보다 더 작은 미물일 뿐이다.
도대체 우주의 창조주의 좌표는 어디인가? 우주의 티끌 속 70억 인간들 속에 있는가? 아니면 몇 십억 광년 떨어진 다른 은하계에 있으면서 우주티끌인 지구 속 인간 70억 박테리아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쪼잔한 존재인가? 창조주에 대해서 의심하지 말라고? 아무리 그래도 지구는 둥글며 허공에 떠있고 달을 거느리고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 소행성, 달, 혹은 다른 행성에 충돌할 수도 있다. 태양 인력에 이끌려 태양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 혹은 블랙홀 속으로 삼켜져 버리는 날에는 때 묻은 종교적 사상도 종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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