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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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의 날에 부쳐..
  • 최동철
  • 승인 2022.11.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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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부가 흔히 자신을 낮추어 말할 때 ‘농사꾼’이라 한다. 농사꾼은 농사짓는 일꾼을 뜻한다. 속담에 ‘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종자(씨앗)는 베고 죽는다’거나 ‘좋은 농사꾼에게는 나쁜 땅이 없다’는 말처럼 농사일을 ‘천하지대본’ 즉, 삶의 근본으로 삼고 천직이라 여기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오로지 농사짓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을 ‘농민’이라하고, 근래에 들어 새로운 농자재, 농기계 등을 활용한 첨단농법으로 대단위 농사를 경영하는 이들을 일컬어 ‘농업인’이라 대우한다.

 지난해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의 마티너 로비츠 박사 연구진은 “언어학, 고고학, 유전학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한국어 등 트랜스유라시아 어족은 9000년 전, 신석기시대 중국 랴오강(요하) 일대에서 농사짓던 농민들의 언어가 원류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리 한민족의 원류는 유목민이 아닌 농경민이라는 것이다. 충북 청주 소로리에서 구석기 문화층과 함께 출토된 약 1만5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토탄층 볍씨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우리민족은 태곳적부터 농사를 중시했고 농민 또한 나름 대접을 받아왔다.

 고려시대 문신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동명왕편’에 “고구려 시조 동명왕이 동부여에서 압록강을 건너와 고구려를 건국할 때, 쌀 보리 콩 조 기장의 오곡 종자를 가지고와 권농에 진력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식량이 풍족해야 인구와 군사 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넓은 평야로 한반도의 곡식창고라 불리는 호남, 충청지역 백제 땅에는 특히 권농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그만큼 농업을 중요시 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왕들이 들녘에 직접 나가 권농의식을 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는 6월 14일을 농민데이라 칭하며 권농일로 제정했다. 광복이 되고나서는 일제잔재 청산 의미에서 6월15일을 농민의 날이라 개명했다. 그 후에도 날짜와 명칭이 서너 차례 오락가락하다가 1997년 비로소 11월11일을 법정기념일인 ‘농업인의 날’로 제정했다.

 11월11일로 제정한 배경은 흙에 나서 흙을 벗 삼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다. 즉, 흙 토(土)자가 겹친 ‘土月土日’을 숫자로 풀어쓰면 11월11일이 된다는 데 착안했다. 또 이 시기는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쉬며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요즘의 농업인은 여유로움은커녕 시름에 빠져있다. 이상기온 등 천재지변과 고령화 등 일손부족으로 농업과 농촌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각종 영농자재 인상 등으로 영농비는 턱없이 올랐는데 농산품은 제 값 받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쌀값은 물론 김장철 앞 배추 값도 정부의 무분별한 수매물량 방출로 폭락했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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