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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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봄
  • 김옥란
  • 승인 2022.04.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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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와 크리스는 진달래 꽃길 따라 왔었다. 그들의 여운이 꽃향기처럼 남았다.
스위스 쮜리히대학에서 근무하는 두 외국인이 산장을 방문했다. 진달래꽃 수줍게 피어나고, 나무들마다 새싹들과 아기 잎사귀들이 탄생하고 자라가는 시절을 따라 산장을 찾아온 이 이국의 나그네들에게 나는 아침밥을 대접하겠다고 말하고 준비했다. ‘아침밥’이라는 선물은 한국인의 다정함을 외국인들에게 알게 하는 기회 아닌가!  
나는 놀이터 개울물가 커다란 원탁 테이블에서 이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산장을 방문하여 묵고 있는 식약처 박사님도 동석하여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통역을 해주셨다. 스위스사람들은 한국방문이 처음이며, 한국의 산을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보게 되어 좋다고 했다. 이 외국인 손님들은 우리나라의 산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것 같았다. 나는 이들에게 또 질문했다. “한국여행 일정에 대해 물어봐도 될까요?” “그저께 합천 해인사에 가서 템플스테이 하고, 어제 이곳 속리산에 온 것입니다. 오늘 수원 화성으로 갈 것입니다.”
나는 한국에 와서 고려 시대 때의 팔만대장경판이 모셔진 합천 해인사를 찾아 템플스테이를 하고, 대한민국 시대인 지금 속리산 비로산장에서 주인 김화백의 언니인 나와 손님 박사님과 함께 아침 햇살 아래에서 이야기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으며, 조금 후에는 조선 시대 때 개혁군주 정조의 조선 부흥에 대한 꿈이 담긴 수원화성을 찾아 떠나가려는 이 외국인들에게 좀 더 풍요로운 여행 추억을 담아가도록 돕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식사 후 손님 박사님과 이 외국인들을 데리고 복천암으로 갔다. 나는 복천암 법당에서 부처님께 공손히 큰절을 올린 후, 나의 일행을 큰스님께 데리고 가서 나란히 함께 큰절을 올렸다. 나는 이 외국인들이 큰스님께서 손수 우려내어 따라주시는 차를 예의 바르고 겸허한 모습으로 공손히 받아 마시는 모습, 큰스님과 침묵 속에서 고요한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평온하게 지켜보았다.
그렇게 스위스에서 날아온 크리스와 루이스는 대한민국 국립공원 속리산에 와서 1년 사시사철 중 단 며칠 정도만 가능할지도 모를 그 황홀하도록 곱디고운 진달래꽃 오솔길, 진달래꽃 숲, 진달래꽃 산을 만나고 갔다. 2017년 바로 이즈음의 일이었다. ‘크리스 루이스, 고마워요. 한국의 산을, 한국의 정신문화를 그토록 사랑해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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