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의 관문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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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후보의 관문통과
  • 최동철
  • 승인 2022.04.0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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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려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이들 대부분은 먼저 소속당의 예선 관문을 통과해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즉, 소속당의 검증이나 자체 후보경선에서 당선되어야 비로소 당 공천을 받아 출마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당과 상관없이 무소속 후보 출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허나 정권을 잡고 있는 정당의 정책을 기초로 운용하는 정치,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존재하여 공동 또는 교체되며 정권을 담당하는 정당정치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에선 무소속 후보의 선거운동에는 한계가 있다.

 고로 정치에 입문하는 신인들은 어쩔 수없이 기성 정당의 공천을 받으려 줄을 서게 된다. 일부에선 풀뿌리민주주의라 할 기초자치선거에 까지 정당공천을 행사하는 것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정당의 폭거라 항변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소기미는 없어 보인다.

 폐일언하고, ‘관문통과’하면 소설 삼국지의 관우가 연상된다. 유명한 오관육참(五關六斬) 즉, 다섯 관문을 지나면서 여섯 장수의 목을 베었다는 내용이다. 놔주고 싶지 않은 조조의 곁을 떠난 관우는 하북의 원소에게 의탁하고 있는 의형 유비를 찾아 떠난다.

 만류가 불가능함을 안 조조는 황금과 비단을 주면서 전송한다. 그러나 조조의 명이 미처 도착하지 않아 길목의 관문마다 관우를 순순히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 이에 관우는 동령과 낙양을 비롯한 다섯 관문을 지나면서 공수, 한복 등 수문장 여섯 명을 참살한다.

 허나 사실 이는 허구다. 사서에는 ‘부하들이 추격코자 했는데도 조조가 허락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명백히 기록되어 있다. 조조의 승인아래 관우가 유비의 감부인, 미부인을 호위하며 아무런 제지 없이 관문을 통과했음이 정설이다.

 만약 그러하지 않다면 제아무리 관우가 수많은 장부로도 당해낼 수 없다는 만부부당의 용장이라 할지라도 어찌 필마단도만으로 겹겹이 봉쇄된 관문을 뚫고 나갈 수 있었겠는가. 사서에는 여섯 장수의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삼국지연의의 작가 나관중은 아마도 관우의 영웅성을 부각시키고자 필마단기로 천리 길을 지나면서 용맹한 여섯 장수를 베고, 다섯 관문을 통과한 이야기를 구성했을 것이다. 이로 미뤄볼 때 정치신인들의 자체 경선인 관문통과 후, 본선 출마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를테면 정당 공천으로 보은군수 후보가 되려는 이들의 예선 관문통과는 사실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하기위한 수단이다. 승자 독식의 양보라고는 결단코 없는 제로섬 게임방식의 경선을 거치며 유권자들에게 관문을 통과한 영웅으로 은연중 각인시키는 것이다.

 어쨌든 유권자로선 예비후보가 많을수록 좋다. 어렵사리 관문통과한 후보일수록 미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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