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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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편지
  • 김옥란
  • 승인 2022.03.0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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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선생님, 산중에서 문안드립니다.
오늘은 3월 첫날입니다. 첫날의 이른 아침입니다. 산에는 지금 봄비 오시고 있습니다.
봄을 축하해주려고 내리는 비입니다. 이 봄비는 지상의 모든 생명을 잠 깨우겠지요?
“이제 봄이야. 어서 일어나.”라고 속삭이면서 말입니다.

지난주에 산장에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과 젊은 아빠, 이렇게 부자(父子)가 부산에서 와서 하룻밤 머물고 갔습니다. 이번 주에는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아빠, 이렇게 부자(父子)가 서울에서 와서 하룻밤 머물고 갔습니다. 우연히도 연거푸 똑같이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이었습니다. 보기가 얼마나 좋던지요. 아빠와 함께 단둘이 여행을 떠나와서 아빠와 함께 단둘이서 문장대 천왕봉 산행을 하며 아들들은 얼마나 큰 추억을 마음속에 담을까요. 아빠와의 여행 추억은 훗날 아들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엄청난 힘이 되어줄 것이라 여겨집니다. 좋은 추억은 재산과 같으니까요. 선생님, 오늘 산장에는 일곱 마리쯤 되는 까마귀 친구들이 날아와서 머리 위에서 한참을 놀다가 날아갔습니다. 저희 가족에게는 옛날부터 까마귀가 좋은 소식을 가져오는 길조(吉鳥)였습니다. 그래서 ‘아, 이번에는 어떤 좋은 소식들이 있으려나?’ 생각하면서 “얘들아, 안녕? 반가워” 인사하며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서 12월 마지막 날 선물 주신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을 계속 읽어왔습니다. 책의 내용이 너무 깊어서 한꺼번에 다 읽지는 못하고 조금씩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다 마치기도 전에 이선생님은 미지(未知)의 어느 별로 영원히 떠나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나는 아직도 마지막 수업을 다 못 마쳤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더군요. 이선생님은 이제 다다르신 그 어느 별에서도 탐구와 글쓰기로 바쁘실 것만 같습니다. 그리운 선생님, 선생님께서 제게 말씀해주신 버지니아울프의 <등대로>를 읽으려고 구입했습니다. 인물, 장소, 시간들을 잘 살펴보며 읽겠습니다.

선생님, 우리나라는 며칠 후에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우리나라의 단군 건국이념 <弘益人間(홍익인간)>은 얼마나 고귀한 가치인지요. 그 가치와 이념을 잘 실현하는 훌륭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지혜와 판단력과 분별력과 통찰력이 우리 에게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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