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둔 이모, 아들 둔 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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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둔 이모, 아들 둔 고모
  • 김옥란
  • 승인 2022.02.17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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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을 내린다고 한다. 왜 그럴까? 부모님 인생 마지막에 노환의 부모님을 내 동생과 함께 간병하며 모셔보니 효도가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설명절에 요양원에 계신 고모를 찾아가 인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하나로마트에 가서 고모의 선물을 골랐다. 검은콩 두유 한 박스와 쌀과자와 초콜릿을 샀다. 초콜릿은 고모가 요양보호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시기에도 좋을 듯 했다. 그리고, 건표고버섯 한 봉지와 건대추 한 봉지를 샀다. “우리 고모님을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당부의 마음을 담아 요양원 원장에게 줄 선물이었다.
차로 한 시간여를 달려서 ‘다정한 요양원’에 도착했다. 벨을 누르니 휄체어에 태워진 고모가 유리문 너머로 나타나셨다. 고모한테 인사드리는 일은 금방 끝났다. 고모를 뵙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며칠 전 문안전화 드렸을 때 고모가 했던 말이 환청처럼 나를 따라와 내 양심을 자꾸 두둘겨 패는 것 같았다.
 “환자들만 누워있는 요양원에, 나는 버려져있네. 버려져있네.”
고모가 금쪽같이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는 고모의 양아들 부부는 고모에게 타인처럼 무정하다. 양자라서 그럴까? 고모 돌아가시면 그 많은 고모 재산은 양자가 다 가져가면서......
요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읍내 변두리에 사시는 이모 댁으로 갔다. 미리 생각한 바가 아니어서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으므로 차 안에서 지갑 속에 있던 봉투에 오만원권 한 장을 넣었다. 솥밭 동산 앞 양지바른 파란대문집에 사시는 이모는 올해 아흔이셨다. 찾아뵙고 세배드린 후 이모 얼굴을 바라보니 200년은 사실 것만 같은 모습이셨다. “안색이 좋으시네요.” 했더니 “얼마 전 아들이 염소를 해주어서 먹고, 연달아 딸이 염소를 해주어서 먹었어. 그 덕분인가?” 하며 웃으셨다.
그 이모님은 딸 하나 아들 하나와 과부가 된 큰며느리도 있다. 먼 타지에 사는 그들은 효성심이 지극했다. 그들은 늘 이모한테 문안전화를 하고, 용돈을 보내고, 잡수실 것을 사서 보내 드린다. 자주 찾아뵙는다. 가족들의 그런 물심양면의 효성으로 이모는 가진 재산이 없어도 행복하고 건강하셨다.
요양원은 어르신들이 요양하는 곳이다. 요양원에 부모님을 모셔다 놓았는지? 아니면, 요양원에 부모님을 버렸는지? 자식들은 양심의 잣대로 자신을 엄격히 점검해볼 일이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고려장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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