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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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비어
  • 최동철
  • 승인 2022.02.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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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

 이십 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대선을 지켜보노라면 몹시 식상하다. 짜증이 날 정도다. 대선은 말 그대로 향후,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다. 능력이나 가치관, 정책 등이 제대로 준비되어있는지 검증은 아랑곳없이 온통 주변 소소한 것들로 서로 흠집 내기에만 급급하다.

 내 노력과 실력으로 당당히 쟁취하는 결과보다 상대방의 치부를 들춰내고, 깎아내려 손쉽게 어부지리를 취하려는 얄팍한 꼼수들이 판치고 있다. 과거에 어느 후보 부인이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거나 가족, 측근, 지인 등의 한 때 실수나 약점을 샅샅이 찾아내 뼈를 추려내고 살을 붙인 유언비어를 만들어 ‘서동요’처럼 유포한다. 

 대선정국 뿐만 아니라 어떠한 선거든 선거철에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유언비어가 떠돈다. 사회가 혼란할 때에도 유언비어가 떠돈다. 사실인즉, 유언비어의 역사는 매우 길다. 아마도 기천여년은 될 것이다. 유언비어는 만들기와 퍼트리기로 조합된다. 옛 자료에 유언비어 만드는 것을 ‘요(謠=노래, 풍설)’, 전파하는 것을 ‘착(착=헐뜯을)’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옛날 삼국시대 ‘서동요’를 유언비어의 한 예로 꼽을 수 있다. 백제 제30대 ‘무왕’은 왕이 되기 전, 미끈거리는 점액질 ‘뮤신’성분이 풍부한 건강식품 마를 캐서 파는 가난뱅이였다. 그래서 ‘마를 파는 아이’라는 의미로 그를 ‘서동(薯=참마 서, 童=아이 동)이라고 불렀다.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그녀와 결혼하기로 맘먹는다. 그리고 신라로 가서 아이들에게 마를 공짜로 나눠주고, 아무 근거도 없는 유언비어 노래를 퍼뜨리게 한다.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시집가서, 밤마다 몰래 서동과 만난대요~” 서동요를 들은 왕은 화를 냈고 성 밖으로 추방한다. 서동은 사실을 고백하고 선화공주와 혼인했다.

 신하들의 반정(쿠데타) 덕에 왕이 되어 왕권이 초라했던 조선시대 중종도 유언비어에 자신이 등용하고 중용하며 의지했던 신하 조광조, 김식 등을 처형했다. 기묘사화다. 왕권을 강화하고 성리학이 주도하는 이상주의 국가를 건설하려 개혁정치를 펼쳤던 신진사림파는 보수 훈구파의 미움을 받았다.

 훈구파는 꿀로 ‘走肖爲王(주초위왕)’의 글자를 나뭇잎에 쓰고, 벌레가 갉아먹게 한 뒤 중종에게 보여준다. 주초(走+肖)는 조광조의 성씨, 조(趙)가 되는 점을 이용하여 ‘조위왕’ 즉, 조씨가 왕이 된다는 뜻의 유언비어 문장을 만든 것이다. 미뤄볼 때 유언비어를 만드는 자와 퍼트리는 자는 권모에 능한 한 사람이거나 한 세력이다.

 오늘날의 유언비어는 ‘가짜뉴스’라 하고, 명예훼손죄, 모욕죄, 후보자 비방죄 등 법으로 죄를 물을 수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를 범하는 유언비어는 멈춤이 미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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