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정신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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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정신이 필요한 때
  • 최동철
  • 승인 2021.1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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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

 요즘 대선정국을 지켜보노라면 괘씸하고 화도 나고 때론 혼란스럽다. 서로 나불대는 입들에 의하면 무슨 놈의 대선 후보들이 한결같이 부도덕하고, 파렴치하고, 무능력에 불성실한 자들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곧 선출 될 자랑스런 차기 대통령은 이들 중 정녕 없단 말인가.

 바르게 살고 바르게 죽는다는 전통의 대한민국 선비정신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온통 정치판은 파리떼 뿐인 것 같다. 대선이라는 엄중한 과정은 대한민국 백년대계 징검다리를 놓는 중차대한 국가 일이다. 헌데 정책과 능력겨룸이라기 보단 가식과 허구로 헐뜯기에만 급급하다.

 100세 시대 권불십년은 부질없이 지나갈 임기 5년의 한낱 찰나에 불과하거늘 이 권력을 갖기 위해 별의별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한다. 오호 통재라! 대선 난장판의 이들 주장대로라면 차기 대통령은 누가되든 탈법, 무법자에, 안하무인의 형편없는 인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씁쓰레하다. 이왕이면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여 자신의 입신양명 챙기기보단 공명정대 에 지조를 지켰던 선비정신으로 오히려 상대를 칭찬하는 선거방식이면 어떠할까. 일례로 “상대도 훌륭하지만 내가 더 훌륭하다”든가 “내가 조금 더 잘 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말이다.

 선비정신하면 조선시대, 자신에게 현감직을 내린 임금 명종에게 직을 사양하며 ‘을묘사직소’를 올린 남명(南冥) 조식을 꼽을 수 있다. 당시는 나이 10여살, 임금의 어머니 문정왕후 수렴청정과 남동생 윤원형 등 파평 윤씨 세상으로 외척정치 폐단이 극에 달했던 때였다.

 “임금님의 어머님(문정왕후)은 구중궁궐 한사람 과부에 지나지 않고, 어린 임금은 선왕의 외로운 고아일 뿐입니다. 그러니 천백가지 천재와 억만 갈래 민심을 무엇으로 감당하며 수습하겠습니까” 라는 유명한 말로 문정왕후를 노골적 비판했던 상소다.

 천하를 쥐락펴락 떵떵거리던 문정왕후를 일개 과부에 지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던 그 높은 기개, 바로 그 점이 남명의 선비정신이자 곧은 지조였다. 50년간 이어졌던 각종 사화로 조정은 피바람이 불었고,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목숨이 날아가던 때였다.

 지리산 자락에 묻혀 살던 선비가 남명이라면, 속리산 자락에 살던 선비는 대곡(大谷) 성운이 있다. 그 역시 임금이 불러도 전혀 응하지 않고 학문에만 몰두했다. 남명보다 4년 일찍 태어나 7년 더 산 뒤 세상을 떠난 대곡은 남명의 부음을 듣고 32자(字) 애도의 제문을 썼다.

 연구의 성과와 학문의 업적으로 세상을 제대로 요리하고 나라와 백성을 이끌고 건질 인품과 능력을 지녔으나 끝내 자신의 어질고 착하며 곧은 성품을 숨기고는 백성들에 큰 혜택을 주지 못함을 슬퍼했던 대곡은 진정한 남명의 친구였고 지기였음을 보여주는 비문이다.

 이번 대선에 나선 어떤 이들은 선비정신은커녕 제 무능함도 모른 채 대들뿐이다. 가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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