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를 가꾸고 보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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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를 가꾸고 보호하자
  • 양승윤 (회남면 산수리)
  • 승인 2021.1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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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 인구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통계청 자료가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의 건강 식탁을 책임질 농촌이 텃밭이나 가꾸는 정년퇴직자들이 아니라 청년층의 귀농으로 동네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경운기 소리가 되살아났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다. 농촌의 푸른 생명력과 계절마다 특징이 있는 우리 농촌 풍경은 한국의 오랜 전통과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했다. 그러나 요즘 농촌 마을은 오후 6시가 조금 넘으면 적막에 빠진다.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농촌의 정겨운 절후(節候) 풍경과 따뜻한 인심도 차차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제 농촌의 풍광을 대변하던 소나무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마지막 수순이 아닐까 생각하고 스스로 놀란다.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이 말했다. 나무는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영물이다. 나무 위에 신이 내려와 앉아 인간 세상을 평안하게 해 준다. 필자는 우리 땅의 신들이 선호하는 나무는 소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소나무는 한국과 한국인을 상징하고,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 온 우리의 삶과 역사를 함축하고 있다. 조선 초기 역사에 등장하는 성삼문은 봉래산(금강산) 제일봉에 낙락장송(落落長松)으로 다시 태어나 독야청청(獨也靑靑)할 것을 소원하였다. 봉래산은 도교(道敎)에서 말하는 신선(神仙) 사상이 담긴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다. 
  장석남 시인의 가슴으로 읽는 시(詩)에 러시아 망명 시인 리 진(리경진)의 ‘구부정 소나무’가 나온다. 리 진의 소나무는 그저 조상의 선산을 지키는 한 그루 우직한 머슴 같은 소나무를 그린 것이 아니다. 영원하고 아름다운 조국에 눈물로 바치는 상소문으로 쓴 것이다. “숲의 먼 끝에 한 그루 외따로 구부정 소나무가 서 있다. 로씨야(러시아) 땅에서 보기 드문 구부정 소나무가 서 있다. 그 곁을 지날 때면 언제나 가만히 눈물을 머금는다. 저도 몰래 주먹을 쥔다. 가슴이 소리 없이 외친다. 멀리서 아끼는 사랑이 얼마나 애틋한 지 아느냐. 길 떠난 아들을 잊지 마라. 구부정 소나무의 내 나라.”
  농촌 주변의 소나무가 사라져 가는 이유는 재선충 피해가 가장 큰 요인이다. 소나무 에이즈로 칭했던 재선충의 위력은 대단해서 웬만큼 큰 산의 소나무 군락이 한 철에 말라 죽고 있다. 재선충 피해는 우리 것과 유사한 소나무가 많은 일본과 중국, 대만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전 국토에 걸쳐서 절반 이상의 소나무가 재선충 피해로 고사했다고 한다. 산림녹화 사업의 일환으로 식목한 참나무가 햇볕을 가려 근처의 소나무가 서서히 말라 죽는 것이 두 번째다. 또 다른 소나무 감소 요인은 이상기후다. 엄청나게 쌓이는 눈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소나무 큰 가지와 허리가 동강 나는 일이 허다한 데, 노송일수록 피해가 더 크다. 마지막으로는 농촌 지역의 오래된 소나무가 마구잡이로 파헤쳐져서 도시의 미관용으로 쉴 새 없이 실려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보은은 예로부터 소나무의 고장이다. 속리산의 정이품송은 보은의 자랑이다. 옛 선현들은 국가 경략의 근본이 치산치수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서 치산의 중요성에 관한 보도는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크게 난 뒤에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소나무는 치산의 중심에 있고, 우리 보은은 소나무로 ‘청정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재선충 방제 작업을 배가하여 소나무 고사방지에 진력해야겠다. 동시에 지난해부터 군(郡)에서 시행해 온 정이품송의 혈통을 이은 자목(子木) 분양작업을 확대하고 연중 홍보하여 소나무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를 군정 목표로 삼았으면 한다. 이와 함께 소정의 규격을 갖춘 재래종 노송의 등록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소나무에 대한 산주들의 관심과 보호가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노송의 관외 반출은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면 단위에 설치되어있는 주민자치위원회에 능동적인 역할을 독려하면 될 것이다.
  지난 70년대 인구 12만을 헤아렸던 우리 보은이다. 더 늦기 전에 군민 모두 근거리에서 귀농을 홍보하고, 길가의 소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칡넝쿨을 제거하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여 살기 좋은 청정 보은 만들기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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