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떼=간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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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떼=간신배
  • 최동철
  • 승인 2021.12.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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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울산회동’직전까지 내홍 중 이던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가 JTBC 인터뷰에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대선후보 핵심 관계자)에게 표현한 SNS 이모티콘 ‘^_^p'은 ‘파리떼 당신들이 이겼다’라는 의미라고 풀이를 했다.

 이날 이 대표는 익명으로 각종 언론에서 자신을 비판한 윤핵관을 두고 “숨어서 장난 치고, 호가호위 하는 건데”라고 언급해 ‘윤핵관=파리떼’ 임을 명시했다. 또 윤핵관은 여러 명으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파리떼’라고 언급했던 적이 있음을 상기시켰다.

 여기서 거론되는 파리떼의 의미는 두말할 것 없이 ‘간신배’나 ‘모리배’를 뜻한다. 국가나 국민이나 대의는 안중에 없이 오로지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추구하는 신하다. 또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자들을 이른다.

 이를테면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 ‘이완용’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간신이다. 또 나관중의 역사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 관우 장비와 제갈량이 세운 나라 촉한을 말아먹은 간신은 황호다.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환관출신이며 멍청한 군주 유선을 멋대로 갖고 논다.

 어느 정도였냐면 적군이 코앞에 밀어 닥쳤는데도 무당을 불러다 굿을 하고 별점도 친다. 그리고는 촉한이 조만간 천하를 통일하게 될 것이라는 점괘가 나왔다며 호들갑을 떤다. 싸움 좀 할 줄 아는 명장 나헌은 못마땅하다며 한직으로 내치기도 한다. 결국 촉한은 망하고 만다.

 제나라를 통치했던 군주 제환공은 재상 관중을 측근으로 두었다. 그때는 나라 안팎이 잘 돌아갔다. 관중은 소하, 제갈량과 함께 중국사에서 손꼽히는 명재상이다. 그가 유언을 통해 제환공에게 환관인 개방을 포함해 역아, 수조가 파리떼라며 경계하라고 일렀다.

 역아가 제환공의 환심을 사기위해 제 자식까지 요리해서 바치는 것을 보고 더욱 믿을 수없는 자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역아의 충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감격한 제환공은 오히려 그를 중용한다. 그 후 그들은 제멋대로 전횡하다 급기야 제환공 마저 유폐시켜 굶겨 죽인다.

 조선시대 문신 신흠이 이러한 파리떼나 간신배, 모리배에 둘러싸여있는 인사에게 어떤 말이 옳고 그름인지 잘 가려내야 한다는 의미의 시비(是非)라는 제하의 글을 남겼다.

 ‘일이 생기기전에 말을 하면 요망한 말이라 하고, 일에 닥쳐서 말하면 헐뜯는 말이라 한다. 간사한 자를 총애함을 지적하면 무고하여 헐뜯는다 배척하고, 감춰진 간특함을 논하면 올곧다는 명성을 사려한다고 밀친다. 마땅히 옳다할 것을 옳다하면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바를 가지고 옳다고 하고, 마땅히 그르다 할 것을 그르다하면 그른 것이 아니라면서 반드시 자기가 그르다고 생각하는 바를 가지고 그르다한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물론 우리 모두 잘 음미해 봐야하는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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