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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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된 영화
  • 김옥란
  • 승인 2021.11.1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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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책으로 된 영화’이다.
이 ‘책으로 된 영화’는 전무후무한 것인데, 임권택이 감독한 것이 아니라 정병규 북 디자이너가 감독했다. 나는 이것을 『정병규 사진 책』을 보다가 알게 되었다.

  이 시대 최고의 영화감독 임권택의 글을 받아 그의 영화와 인생을 종이책이라는 화면에 창조적으로 옮겨 담은 영화 같은 이 책 『영화: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다큐멘터리이면서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다.  
“ …… 처음 받은 원고는 글 원고와 관련된 기본적인 스틸컷들이 전부였다.
해당 원고만으로는 글 속에 군데군데 영화 장면이 끼어있는 책이 될 게 뻔했다. 영화 혹은 영화책의 맛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임권택이라는 고명한 감독의 영화적 세계 전모를 보여주는 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눈에 봤을 때 책 전체가 영화적인 책으로 보이도록 만들고자 했다. …… ”
『정병규 사진 책』 312페이지에 나오는 『영화: 나를 찾아가는 여정』 책 만들 때의 이야기를 나는 지금 이 지면에 그대로 옮겨보았다. 세운상가를 뒤져 임권택영화 비디오를 몽땅 구해서 보며 연구하며 의논하며 핵심적인 장면을 고르고 그 장면을 전부 캡처해서 책에 담았다고 하지 않나!

나는 이 책을 사서 보겠다고 결심하고 서점들에 문의했으나 책이 없었다. 인터넷 서점들을 검색해보니 딱 한 군데 딱 한 권의 책이 있었다.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이 책을 구입할까봐 조바심이 들었다. 나는 아침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아직 그녀의 남편이 출근하기도 전이었다. 내 친구는 놀라서 “무슨 일 있어?”하고 반문했다.

“책을 하나 구해야 해.”
“책을 자네가 구하면 되지. 이 사람아.”
“인터넷 서점으로 구해야 해. 일반 서점에는 없어.”
“인터넷 서점으로 자네가 구하지. 이 사람아.”
“인터넷 서점으로 구하면 폰뱅킹을 해야 하잖아. 난 폰뱅킹 할 줄 몰라.
 너무너무 급하단 말야.”

친구가 자기 남편을 부르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여보, 당신 폰뱅킹 할 줄 알지? 당신이 지금 인터넷 서점에서 『영화 : 나를 찾아가는 여정』 좀 주문해 줘.”    

  그렇게 친구 부부가 주문해준 이 ‘책으로 된 영화’에 나는 요즈음 푹 빠져 있다. 임권택 작가론이기도 하고 작품론이기도 한 이 책을 나는 4B 연필로 밑줄 그으며 보고 있다가 간간이 그 속에서 말하는 영화들을 보고 있다. 벌써 <서편제> <족보> <짝코>를 보았다. 마침내 나는 나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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