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규 사진책』을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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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규 사진책』을 보다가
  • 김옥란
  • 승인 2021.10.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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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규 사진 책』을 보다가 어느 사진에 시선이 멈추었다. 스님들이 예불드리는 모습이었다. 한 장의 사진인 줄 알았는데 두 장의 사진이 합쳐진 것으로 신비롭고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이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추억의 우물에 두레박을 넣어 보물 같은 한 장면을 길어 올렸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어느 날, 나는 집에 가고 싶었다. 대전 학교에서 출발하여 보은까지 왔을 때는 저녁 다섯 시쯤이었다. 보은에서 속리산 가는 버스를 타서 중간쯤의 빈자리에 앉았는데 옆에 어떤 스님이 앉으셨다. 속리산 스님이시려니 생각하고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여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스님은 나에게 “학생은 혼자 어디를 가는고?” 물으셨다. “집에 갑니다” 대답 드렸다. 스님은 법주사에 계신다고 하시며 해도 곧 넘어가니 법주사에서 자고 아침에 올라가라고 하셨다. 법주사에는 신도들이 불공드리다가 들어가 잠을 자는 방들이 있음을 나는 소문으로 알고 있었다. 할머니 보살님들 곁에서 하룻밤 지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았다. 집에는 전화로 말씀드리고 스님을 따라 법주사로 들어갔다. 그 스님은 나를 주지 스님과 큰스님들께 인사를 시키셨다.
나는 생전 처음 법당에 있다는 사실과 그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것 같기도 해서 두려운 마음도 많아 잠이 쉬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잠들었나 보다. 새벽예불 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찬 공기를 가르고 내가 머무는 방까지 들려오는 청아한 예불 소리를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경이로웠다. 스님들의 예불 독경 소리는 장엄했는데 때론 합창 같기도 하고 때론 유유히 흐르는 물소리 바람소리 같기도 했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듣고 있는데 예불이 끝났다. 아, 새벽이슬 같은 스님들이 이렇게 부처님의 법을 지키며 고고하게 살아가시는구나! 하고 크게 감동했다.
그때의 그 큰 감동은 『정병규 사진 책』의 예불 드리는 두 장의 사진이 한 장처럼 붙여진 장면에서도 똑같이 울려오고 있었다. 느리게 이 책을 보니, 이 책 전체가 그런 감동의 연속이었다.
중학교 때 법주사에서 받았던 새벽 예불 소리의 청아함처럼, 『정병규 사진 책』을 보노라면 책의 디자인을 새롭게 생각케 하는 그런 울림이 있었다. ‘북디자이너’ 1호, 정병규선생이 만들어낸 책에는 깊이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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