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일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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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일이 아니야!
  • 김옥란
  • 승인 2021.09.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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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전 죽고만 싶어요.”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 이 아줌마한테 말해봐요.
엄마 같은 사람이니 맘 편히 말해봐요. 내 들어드릴 테니.”
“아주머니, 제가 하는 이야기는 절대 비밀이에요.”
“물론이지요. 이 산골아줌마가 누구한테 말하겠어요.”
“저… 아주머니, 저는… 미장원을 하는데요. 어떤 남자를 알게 되어 사랑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는 S대 법대 학생이었어요. 그는 가난한 고학생이어서 제가 기꺼이 그의 학비를 다 댔어요. 고시 공부 뒷바라지를 지극정성으로 했어요. 그런데 고시에 합격하자마자 제가 아닌 돈 많은 여대 졸업생이랑 결혼해버렸어요. 전 그냥 죽고 싶기만 해요….”
“그런 가슴 아픈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아가씨, 죽긴 왜 죽어? 죽을 일이 아니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가만히 생각을 해봐요. 아가씨는 앞으로 더 좋은 사람 만날 거예요. 엄청 잘 살 일만 남았다구.”
“아주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아가씨, 아가씨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잖아. 아가씨는 그 남학생한테 전부 착한 일만 한 거야. 그러니 하늘이 아가씨를 복 주실 일만 남았어. 두고 봐요. 떠나간 그 남자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 만나게 된다구. 그래서 결혼하여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 테니.”
아주머니는 그렇게 인생의 큰 절망을 안고 찾아온 어느 아가씨를 마음 다하여 다독다독 보듬어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떠나갔다.
세월이 유수처럼 흐르고 또 흘렀다. 어느 날, 멀리서부터 아주머니를 부르며 찾아오는 어떤 아름다운 부인이 있었다. 그 부인 옆에는 기품있고 듬직해 보이는 신사가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 부인이 웃음 가득하여 말했다.
“아주머니,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생각나시지요?”
그 부인은 아주머니의 두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싸안으며
“아주머니 말씀이 맞았어요. 정말 훨씬 더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오늘 같이 온 저기 저 사람이 제 남편이에요. 제가 죽고 싶었을 때 아주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맞았어요. 열심히 살다 보니 정말 훨씬 더 좋은 사람을 만나더군요. 감사해서 아주머니께 잘살고 있는 저를 보여드리고 싶어 왔어요.”
마음속으로 통곡하며 찾아온 아가씨를 그 아주머니는 마음으로 말씀으로 안아주셨다. 그래서 자신의 세상으로 건강하게 돌아가서 다시 우뚝 서게 만드신 것이다. 그 아주머니인 우리 어머니는 그렇게 일평생 아무도 모르게 우는 자와 함께 하시며 눈물을 닦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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