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좋은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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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좋은 날씨
  • 손현준 (충북대 의대 교수, 기초의학자, 노인병전문의)
  • 승인 2021.08.12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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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준 (충북대 의대 교수, 기초의학자, 노인병전문의)
손현준 (충북대 의대 교수, 기초의학자, 노인병전문의)

 어차피 근절할 수 없는 바이러스이고 언젠가 감염이 될 것이라면 따뜻하고 습도가 높은 공기가 호흡점막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여름에 감염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내가 감염될 확률은 낮다. 나에게 감염자가 가까이 와줄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벗은 영국은 이번 8월에 신규확진자 수가 정점에 이를 것이고 그 후로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현재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절반 정도는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라서 변이를 잘 일으킬 것이고 무증상감염자가 많은 특징 때문에 결국 계절 독감처럼 토착(endemic)화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많은 의학자들이 알고 있었다.

 작년 봄 대구 지역의 감염은 갑작스럽게 시작되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의료붕괴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는 바람에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그래서 1년 전 2.5%였던 누적사망율은 아직도 1%이상으로 보이지만 최근 6개월 만 떼어놓고 보면 사망률은 대략 0.6% 정도이다. 80세 이상 노인층에서는 사망률이 20% 정도로 높지만 젊은 층으로 갈수록 점점 낮아져서 건강한 20대 이하에서는 아예 없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이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백신들처럼 10만명당 몇 명꼴로 심각한 신경염이나 심근염, 심낭염 또는 혈전증 등을 일으킨다. 지난 달에 제대를 앞둔 건강한 20대 병사가 백신 접종 후에 심근염으로 사망하였고 최근에 당국은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하였다. 건강한 젊은이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하거나 유인하는 것은 폭주하는 트롤리의 선로를 젊은 층으로 돌리는 일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한달전 기초의학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인구학적 연구결과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젊은이들의 희생을 보여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연구소 이진용 소장이 코로나19로 인한 직간접적 초과사망이 있었는지 1년간의 사망 통계 자료를 살펴보았는데 결론은 초과사망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최빈사망연령인 90세에 지속적인 인구 증가가 있어서 사망률은 자연스럽게 우상향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유행시기의 그래프 기울기는 살짝 내려갔다. 초과 사망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예측 대비 1,638명 사망이 감소하였다. 하지만 연령대 비교에서는 20~34세에서 예측 대비 15.4% 초과사망 하였다.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하겠지만 20~34세에서 예측 대비 사망률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죽지 않을 젊은이들은 더 죽었을까? 노인 사망률이 낮아진 것은 분명 좋은 일이겠지만 혹시나 이것이 젊은이들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부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지 생각해보자.

 나는 지금까지 방역당국의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아주 잘 해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는 충분히 조심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제는 계절독감 수준으로 위험성이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제는 의료인과 고령자 위주로 원하는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이 진행되었으므로 달라져야 한다. 자영업자들의 영업을 제한하는데도 신중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쓸데없이 돌아다닌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젊을 때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다. 학교에도 가야 하고 친구들과도 어울려야 한다.

 요양시설이나 자택으로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노인 환자를 장기간 진료한 경험이 있는 나는 흔한 독감이 유행할 때 80대 이상 노인 20%정도가 한 계절에 돌아가시는 것을 본 적이 몇 차례 있다. 노인이 되면 상기도 장벽이 약해져서 단순한 감기로도 쉽게 폐렴으로 진행되게 된다. 한 달째 연일 확진자가 1,000명이 넘었다고 감염병전문가들은 난리가 난 듯이 이야기 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신이 몰두하는 문제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감염내과나 호흡기내과 의사가 만나는 코로나19 환자는 전체 감염자 중에서 증상이 심각한 2% 정도의 사람들이다. 환자의 죽음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의사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나머지 98%의 감염자는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 2주만에 스스로 낫는다. 아이한테 망치를 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는데 이것을 단일관점본능(single perspective instinct)이라고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단일한 문제인식과 해결책을 선호하는 본능이다. 이것이 권력과 만나면 기술전문가중심으로 권력화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민간 영역에 자꾸만 규제와 통제를 가하게 된다.

 지금 나온 백신은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내 몸의 세포가 만들어 내도록 그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원리로 제작되었다. 백신으로 코로나19의 상기도 감염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이 상기도 점막까지는 혈류에만 존재하는 중화항체가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파꽈리 세포는 혈류로부터 0.5 마이크로미터 거리에 있지만 상기도의 점막은 이보다 50~100배 정도 멀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사기로 찔러 넣는 백신은 중증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으나 상기도 감염 자체를 예방하지는 못한다. 돌파감염 사례를 백신 한번 더 맞은 것으로 생각하라는 전문가(?)의 웃픈 이야기가 방송을 타기도 했다.

 백신으로 위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는 것은 인정되고 있지만 감염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데는 대부분의 의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감염은 내가 바이러스 표면단백질 전체를 경험하는 것이다. 스파이크 단백질만 경험하는 백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면역학적 자산이 된다. 이것이 연일 수만명의 확진자가 발생 되더라도 흔들림 없이 완전한 집단면역을 이루고자 하는 영국의 선택이 지지를 받는 근거이다. 일반적으로 감염병과 자가면역질환의 유병율은 시소를 타고 있다고 한다. 감염병이 적은 나라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이 많다. 감염 경험이 너무 없으면 면역계통이 자기 몸의 특정한 곳을 상대로 싸움을 일으키는 것이다.
 
 개인적인 위생과 방역에 주의하면서 감염자가 나와도 학교나 직장을 닫지 않은 북유럽 사람들의 대처 방식을 이제는 참고해야 한다. 이제는 테크노크라시(기술자중심적 권한 행사)를 경계하고 사회적 합의를 추구할 시점이다. 복지부는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합의기구를 만들겠다고 작년 3월에 발표했는데 후속 조치가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확진자 수를 집계하고 방문한 곳을 파악하고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고 직장폐쇄와 영업제한을 할 것인가? 무작정 확진자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을 정해야 한다. 30세 이상 성인 중에서 원하는 사람 만 모두 백신접종이 완료된다면 거리두기를 풀기로 하면 어떤가? 20대 이하는 기저질환이나 고위험군에게 만 백신접종을 권유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상황은 변하고 있으니 현재의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토론을 한 후에 패널 투표나 여론조사를 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확진자를 비난하지 말자. 더 이상 동선을 추적하지 말자. 젊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아픈 것 보다 방문지 추적이나 직장폐쇄 같은 조치로 받게 될 비난이다. 젊은이들은 쓸데없이 돌아다닌 것이 아니라 이유가 있어서 다닌 것이고 감염자는 부주의한 사람이 아니라 단지 먼저 감염된 사람이 옆에 있었던 운이 없는 사람이다. 매일 확진자 숫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병적 집착을 이제는 멀리하자. 2천명, 3천명, 만명, 2만명까지 가더라도 병원에 입원할 사람은 1.5%이하니까 고령자와 위중증환자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면 의료붕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유럽 사람들의 의연한 대처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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