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遠益淸(향원익청) 處染常淨(처염상정)"
상태바
"香遠益淸(향원익청) 處染常淨(처염상정)"
  • 俗離山人 이흥식
  • 승인 2021.07.08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송(輦松), 소연(小淵)의 연(蓮)꽃.
연송(輦松), 소연(小淵)의 연(蓮)꽃.

연꽃,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깨끗하고 고귀한 꽃으로 많은 수의 종자를 품고 있어서 다산(多産), 힘과 생명의 창조를 상징하기도 하는 꽃이다. 행운, 순결, 건강과 장수, 풍요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연꽃은 불교 문화권에서 뿐만 아니라 이집트에서도 비슷한 수련(睡蓮)이 신성시 되었고, 심청이 용궁에서 돌아올 때 탔다는 이야기도 있고, 동양에서는 속세에 물들지 않는 군자(君子)의 꽃이라 칭송받았다.

연꽃을 이르는 다른 표현으로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어느 곳, 어느 자리에 있어도 탐욕(貪慾)에 물들지 않고, 항상 깨끗함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 한다는 말로 연꽃의 성격을 잘 대변하는 말이다. 군자는 어느 직위에 있더라도 그 본분이 탐욕되지 않아야 한다는 유교적 표현과도 그 뜻을 같이 한다.

요즘, 속리산 정이품송 주변 소연(小淵)에는 갖은 미사여구(美辭麗句)가 연잎에 가려지는 그 연꽃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끔찍이도 연꽃을 흠모(欽慕)하고 사랑했던, 중국 북송 시대 유학자 주돈이(朱敦頤)가 지은 애련설(愛蓮說)이 읊어진다. 오늘은 연꽃을 사랑하는 품격있는 분과 함께 애련설을 즐기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水陸草木之花가 可愛者甚蕃하니 晉陶淵明은 獨愛菊하고 自李唐來로 世人이 甚(盛)愛牧丹호되 予獨愛蓮之出淤泥而不染하고 濯淸漣而不妖하며 中通外直 不蔓不枝하고 香遠益淸하야 亭亭淨植하니 可遠觀而不可褻翫焉이라. 予謂菊은 花之隱逸者也오 牧丹은 花之富貴者也오 蓮은 花之君子也니 噫라 菊之愛는 陶後에 鮮有聞이요 蓮之愛는 同予者何人고 牧丹之愛는 宜乎衆矣로다.

물과 육지에 자라는 꽃 가운데 사랑할 만한 것이 매우 많은데, 진(晋)나라의 도연명(陶淵明)은 유독 국화를 사랑했고, 이(李)씨의 당(唐)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이 매우 모란을 좋아했다. 나는 유독,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겨 깨끗하나 요염하지 않고, 속은 비어있어서 통하고 밖은 곧으며, 덩굴도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꼿꼿하고 깨끗이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 내가 말하건대, 국화는 꽃 중에 속세를 피해 사는 자요, 모란은 꽃 중에 부귀한 자요, 연꽃은 꽃 중에 군자다운 자라고 할 수 있다. 아! 국화를 사랑하는 이는 도연명 이후로 들어본 일이 드물고, 연꽃을 사랑하는 이는 나와 함께 할 자가 몇 사람인가? 모란을 사랑하는 이는 마땅히 많을 것이다.

장맛비로 시원하고 맑아진 대기처럼, 탁함에 물들지 않음으로 우러름 받기를 바랍니다.

俗離山人 이흥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