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正二品)소나무는 누가 심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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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품(正二品)소나무는 누가 심었을까?
  • 김옥란 (속리산 비로산장)
  • 승인 2021.06.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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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이품소나무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합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정이품소나무 옆을 지나다닐 때마다 마음속으로 인사를 한다. 60여 년을 살기도 쉽지 않은 것인데, 600여 년 동안 모든 비바람 눈보라 묵묵히 이겨내고 오늘도 저기 저렇게 우뚝 서 있는 저 소나무가 한없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부터였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애국가 2절 가사이다. 여기에 나오는 바람 서리에도 불변하여 우리의 기상을 대변하는 듯한 ‘ 저 소나무’는 ‘정이품소나무’ 같은 나무들이다.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南山)은 서울의 남산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바람 서리에도 끄떡없는 ‘저 소나무’가 있는 장소 모두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해도 틀리진 않으리라.
 우리 마을에 있는 정이품소나무, 그 소나무는 600살을 넘어 700살을 넘어 800살일 수도 있다. 정확한 나이는 소나무 그 자신만이 안다. 그 긴 세월 살아오는 동안 찬바람 맞는 나날도 많았을 저 소나무는 너무나도 당당하다. 저 자태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아름답다고만 말한다면 그것은 표현 부족이리라.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지닌 정이품소나무에게서는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가 느껴지는 듯하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받아주는 한없이 넓은 자비심과 아량도 느껴지는 듯하다
 이번 어린이날, 나는 정이품소나무할아버지의 출생(出生)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은 우리 집 마당에 아버지가 심어놓으신 두 그루의 가문비나무를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정이품소나무는 누가 심었을까? 바람이 산 위에 있는 소나무 씨앗을 그곳으로 데려다가 심어놓은 것일까? 별빛 찬란히 쏟아지는 어느 달밤에 하늘이 슬그머니 심어놓은 것일까? 어느 마음씨 좋은 노스님께서 산에서 아기 소나무를 보고 살포시 안아다가 심어놓으셨을까? 어느 어진 농부가 그냥 무심히 개울물가인 그곳에 심어놓은 것일까?

 정말 아무도 모른다. 바람이 심었는지, 하늘이 심었는지, 사람이 심었는지, 누가 심었는지를...... 지금까지도 몰랐지만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남산 위의 저 소나무 같은 정이품소나무는 남산 같은 속리산에 그렇게 서 있었고, 지금도 서 있고, 앞으로도 서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우리들의 존경과 사랑과 우러름을 받으며 서 있을 것이다. 정이품소나무할아버지와 그 곁을 지나는 사람들이 늘 안녕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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