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길과 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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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과 꽃길
  • 김종례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05.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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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의 나목들이 비타민 햇살과 젖줄 단비와 바람과의 소통으로 눈부신 초록의 옷을 연신 드리우더니, 어느새 5월의 주연이 되어버렸다. 꽃씨를 뿌린 후에 한 손에는 호미를 한 손에는 여루를 들고, 꽃묘와 잡초랑 씨름하던 5월도 실뿌리의 도약은 멈출 줄 모른다. 몇 십배 몇 백배의 결실을 돌려주기 위하여 정성을 다하는 뿌리의 분투가 있을 뿐이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하여 비, 바람, 하늘까지 사랑의 입김을 보내주며 흙과 상생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록의 그림자가 제 영역을 다져가는 5월이 가정의 달이란 건, 얼마나 커다란 의미가 내포해 있는지 모른다. 황토진흙 마르는 냄새에 목이 메이던 인고의 보릿고개가 생각나는 5월이기에 그러하다.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옛말은 무슨 일이든 정성을 들여서 하면 일이 뜻대로 풀린다는 뜻이다. 최대한의 노력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요 사람의 도리라고도 한다. 사람은 쉽고 순조로운 삶의 길을 택하는 것이 본성이나, 흙길이나 가시덤불을 마다하지 않는 영혼 안에는 하늘의 뜻, 정성과 인고지심이 있다고 한다. 나도 계절 내내 흙과의 씨름 끝에 한 무더기의 꽃을 만나는 순간의 감동! 그것은 평생 흙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오신 부모님의 모습을 뵙는 순간과도 유사하다. 오직 자식의 영달을 위하여 숙명처럼 끌어안고 걸어오신 흙길이다. 저 세월이 고장도 없이 가는 줄도 모르고 혹독한 자갈밭 가시밭길을 감내하신 고달픈 인생 여정이다. 자식에게만은 험한 흙길과 가시덤불길 대신에 꽃길만을 걷게 할 신념 하나로 예까지 달려오신 희생의 달인이시다. 험한 고갯길을 넘느라 육신은 만신창이가 되어서, 이제 당신들 앞에 꽃길이 펼쳐져도 걸을 기운조차 없기에, 뒤늦게라도 꽃길을 선물하고 싶은 자식의 마음이 아려오는 이유이다. 그러기에 쩍쩍 갈라진 손등의 상처보다 더 곪아 터진 마음의 고갈을 위로해 드려야 하는 달이 5월일 것이다.  5월에 부모님이 자식에게 받고 싶은 선물은 진실하고 따뜻한 한마디 말뿐이리라. 가슴에 한송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이한마디면 족할 것이다. 또한 시리고도 아픈 영혼을 위로해 줄 값진 선물은 그 흙길의 실체를 결코 잊지 않는 일이다. 까맣게 타버린 눈물의 세월이 헛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하는 것이리라.
   고중유락(苦中有樂) - 흙길을 걸은 자에게 꽃길을 수락하는 것이 하늘의 순리이거늘, 흙길을 무시하고도 바로 꽃길 문을 열기가 용이해져 버린 시대가 되어 버렸다. 흙길은 마다하고 꽃길만을 넘보는 권모술책(權謀術策)과 자판기 요행수가 남발하는 시대라 하겠다. 양극화 차별화의 극치로 통변적 상황이 가능해진 세상 풍경을 바라보면, 정성 없이 얻어진 것에 대한 불안감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흙길 없이 얻은 꽃길은 뿌리 없는 나무를 바라보듯이 위태롭기 그지없다. 재주와 요령만으로 돈이나 명예와 권력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알맹이 없는 껍데기만을 잡고 있는 허당꼴이 되기가 쉬울 것이다. 비혼주의, 무자녀가정. 외로움과 벗하는 1인 가구. 외로움과 빈곤의 독거노인 주택, 분리형 가족형태 등 이상한 가족붕괴 현상들이 출현하면서, 1년 반이나 속수무책인 비대면 문화가 격세지감 상황을 장악해 버린 현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암울하여도 하늘이 맺어준 천륜만은 무너뜨리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흙길을 마다하지 않는 인내와 정성의 마음들이 뭉친다면, 나와 가족과 세상에 생성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푸르름의 원천인 뿌리가 흙과의 소통으로 5월의 주인공으로 도약한 것처럼 말이다. 마음속에 고여 있는 슬픔 한 덩이도 서로 나누고 위로하며, 함께 고난의 흙길을 걸어갈 신념과 희생을 통해서만이 아름다운 꽃길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오늘도 5월의 정원은 가르친다. ‘정원의 꽃 한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정성을 다할 때만이 찬란한 꽃 무더미를 만날 수 있듯이, 흙길에서의 투쟁과 몸부림도 없이 어찌 인생의 아름다운 꽃길을 갈망할 수 있겠느냐. 네 영혼의 텃밭에도 좋은 생각의 씨앗을 뿌린 후, 나쁜 생각의 잡초들을 단호히 뽑아내는 5월의 정성으로 흙길을 완주하라’고 ~~ 시도 때도 없이 나를 가르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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