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의 허리를 걷는 말티재 투구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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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금북정맥의 허리를 걷는 말티재 투구봉길”
  • 박진수 기자
  • 승인 2021.03.2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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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명소길(44)- 말티재 투구봉에서 장안면 보습산 산행길

모든 길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길을 오가는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도 하고 역사의 중요한 이야기도 남긴다. 보은의 길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지정학적인 연고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양한 전설이나 역사적인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길, 그냥 편한 마음으로 걷기 좋은 길, 자연과 함께 걷고 싶은 숲길, 그 모든 길을 걸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말티재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말티재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보은군 장안면 장재리 대궐터에서 해발 430m 말티재 정상 걸어서 오르면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이 길을 오르며 문득 조상의 슬기였을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옛날 고려 왕건이 속리산 행차를 위해 길을 닦았다는 지금의 430m 말티재 주차장 정상에 오르다보면 이제 속리산이 지척이라는 생각이 든다. 속리산으로 향하는 길은 잠시 뒤로 하고 말티재 주자장에서 우측 능선을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처음엔 가파른 산길을 10분 정도 오르다 보니 숨이 단번에 턱에 차오른다. 산행의 인적이 그리 많지 않아 등산길은 녹음이 우거져 있어 수풀을 해치고 가는 기분이 오지 산행의 색다른 느낌으로 전해졌다.
얼마쯤 가파른 길을 올랐을까. 좌측으로는 속리산 문장대를 비롯 여러 봉우리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시선을 우측으로 돌리자 보은읍 방향으로 산 아래 풍경을 보니 천년 세월의 삼년산성이 운무에 가려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말티재 정상 주차장에서 산행 10분만에 맛보는 기분 치고는 최고였다.
산등성이를 따라 산길은 이어졌다. 산길 곳곳에 앞선 사람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산행을 표시하는 리본이 산악회, 동호회등이 적힌 리본이 나무에 매달려 산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많은 리본중에 인상 깊은 리본이 눈에 들어왔다.
다름아닌 「한남금북정맥 종주기념」 한남금북정맥. 바로 말티재는 벡두대간의 한남금북정맥의 줄기였다. 한남금북정맥을 백두개간의 지맥으로 한강과 금강의 분수령을 이루는 산맥이라는 뜻이라 한다.
앞서 산행에 나선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 산행길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덧 말티재에서도 최정상에 도달하게 되었고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자 속리산의 8개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좌측부터 시작해 묘봉에서 천왕봉까지 펼쳐진 속리산의 모습은 과연 기암괴석의 장관 그 자체였다. 역시 속리산은 자연이 만든 영험한 명산이고 주봉인 천왕봉의 봉긋한 모습이 속리산의 최고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티재의 정상에 도달했지만 조금 아래쪽 투구봉으로 향하는 능선을 따라 내려갔다. 얼마가지 않아 가파른 절벽이었다.
벼랑 끝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청주와 대전에서 보은으로 들어오는 산 아래 동네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한동안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모를 정도로 장엄한 산 아래의 모습이 펼쳐졌다.
저 멀리 펼쳐진 산과 산사이에 동네를 만들고 다시 흘러가듯 한없이 펼쳐져 있었고 산 아래 보이는 저수지와 장재리, 오창리, 대야리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과 마을이 어우러져 모여 살고 있는 모습은 대인이 되어 소인국을 내려다 보는 느낌이었다. 시선을 조금 돌렸을까 상주방향으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장안면 농공단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잠시 시선이 멈춘 곳 바로 삼년산성의 모습이었다. 역시 삼년산성의 위치는 난공불락의 요새였으며 우리 조상이 슬기가 엿보인 위치에 천년세월의 고단함을 견디고 묵묵히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삼년산성의 신비를 실감하게 했다.
우측 아래로 펼쳐진 모습은 차를 타고 넘어온 말티재 굽이가 눈에 들어왔다. 열두굽이중 7굽이 정도가 보이고 그 사이로 자동차가 힘겹게 오르고 내려가는 모습들이었다.
장수의 둥그런 투구모형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 투구봉, 혹은 장군봉이라고도 한다. 둥그런 투구의 모습은 절벽과 암벽으로 이루어져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정복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듯 했다.
투구봉에서 바라본 세상은 자연은 흉내낼 수 없는 조물주의 창조물일까. 라는 착각마져 들게 했다. 아니면 자연의 풍화작용에 의한 세상의 이치가 만든 형상일까. 내친 김에 한남금북정맥을 좀더 따라가 보기로 했다. 한 능선을 넘고 또 능선을 넘었을까 갈림길이 나왔다. 우측은 장안면 장내리 보습산 옥녀봉이었고 좌측은 외속리면 서원리 황해동 뒷산이었다. 다음 산행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올라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 하산하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동안 말티재 정상, 투구봉의 옆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산하는 동안 등뒤로 펼쳐지는 저녁 노을은 겹겹이 펼쳐진 산줄기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석양의 장관과 함께 이런저런 망상에 빠져 들게 했다.
다시 말티재 정상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백두대간 한남금북정맥 정상능선이 말티재 열두굽이로 인해 절개된 형상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세조임금이 행차하면서 오솔길은 넓혀지고 산이 절개되지 않았을까. 그 이후 도로가 확장되고 넓혀지면서 산능선을 절개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터널을 생각했다면 한남금북정맥의 능선이 절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처음 해발 430m를 쉽게 올라올 수 있었던 고마운 마음은 어느새 아쉬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비록 가깝고 쉬운 산행길이었지만 가볍게 시작한 산행길 치고는 산 정상에서 느끼는 감동을 담기에는 내 가슴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다음은 서울의 장안이 아닌 보은의 장안 보습산길을 갑니다.)
 

말티재 정상에 설치된 전망대.
말티재 정상에 설치된 전망대.
말티재 산행길 이정표.
말티재 산행길 이정표.
투구봉에서 바라본 박석저수지와 장재리 마을.
투구봉에서 바라본 박석저수지와 장재리 마을.
말티재 산행 숲길.
말티재 산행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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