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발원수를 따라 걷는 천년의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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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발원수를 따라 걷는 천년의 숲길”
  • 박진수 기자
  • 승인 2021.03.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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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명소길(43)- 불법으로 마음을 씻고 떠나는 세심정 숲길

모든 길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길을 오가는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도 하고 역사의 중요한 이야기도 남긴다. 보은의 길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지정학적인 연고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양한 전설이나 역사적인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길, 그냥 편한 마음으로 걷기 좋은 길, 자연과 함께 걷고 싶은 숲길, 그 모든 길을 걸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속리산 문장대로 향하는 숲길.
속리산 문장대로 향하는 숲길.

속리산하면 법주사, 법주사하면 호서제일가람으로 제천 의림지를 기준으로 서쪽에 위치한 첫 번째의 가람(절)이라는 뜻이다. 오리 숲을 따라 걷다보면 속리산 문장대로 향하는 숲 길과 법주사 도량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만난다. 법주사 금강문 앞 수정교를 건너면 이제 속세를 떠나 부처님의 법이 머무른 법주사 도량이 나온다.
불법을 수호하는 금강 역사의 금강문을 지나자 우측으로 금동미륵불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양최대의 크기를 자랑하는 금동미륵불, 1939년대 근대 조각가인 김복진에 의해 시멘트를 사용해 미륵불을 조성되었는데 1987년 붕괴 및 낡은 시멘트 미륵불을 제거하고 원형을 복제하여 1990년 높이 33m, 두께 1,320mm, 청동 160톤의 세계 최대 규모의 청동 미륵불을 조성했다고 한다. 이런 청동미륵불은 새천년 2000년 맞아 다시 금동미륵 복원공사를 시작해 3㎜ 두께로 금을 입혔다. 이때 들어간 금이 80㎏이라니 가히 놀랄 만 하다.
법주사하면 지금의 40∼50대가 기억하고 있는 트레이드 마크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미륵대불’이었다. 당시 수학여행 기념품으로 샀던 책받침과 손수건에는 이 시멘트 미륵불이 빠짐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황금빛 대불로 바뀌었다. 잠시 학창시설의 추억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사찰로 ‘부처님의 법이 머문다’ 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절에는 팔상전, 석연지, 쌍사자석등 국보 3점과 보물 12점을 비롯 도량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속리산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으며 보은군이 최고로 자랑할 만한 명승지중 한 곳이다. 
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는 산중 수많은 말사를 거느리고 있는 중부권 최대 규모의 사찰로 임진왜란 당시 3천의 승녀가 거주할 만큼 그 문화적 역사적 가치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보물이다.
최근 조성된 법주사 템플스테이를 위한 교육관이 위치한 곳에는 최근 힐링의 인기를 타고 수많은 신도 및 일반인들이 사찰 체험을 통해 대중화된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육관을 나오면 속리산 문장대로 향하는 등산로가 나오는데 이 역시 오리숲 못지 않은 숲길을 만난다.
단풍나무와 잣나무로 조성된 숲길을 조금 걷다보면 속리산 맑은 물을 담고 있는 호수를 만난다. 청청 1급수의 이 호수는 최근까지 법주사를 비롯 속리산 상가 주민들의 식수원이었다고 한다. 최근 물량이 부족해 지금의 호수에서는 취수를 하지 않고 있지만 맑고 깨끗한 속리산의 정기를 그대로 품고 있는 호수인 듯 했다.
호수를 끼고 조금 걷다보면 조그만 다리를 건넌다. 다리위에서 물 아래를 내려 보는 순간 ‘물반 고기반’ 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송사리때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다리를 건너자 조그만 휴게소가 나온다. 이 태평휴게소를 지나자 잠시 숲길을 걷다보면 엄청난 규모의 커다란 바위가 버티고 서 있다.
이 바위는 속리산 8봉, 8대, 8석문으로 알려진 8석문중 하나이다. 속리산의 아름다움은 8봉, 8대, 8석문의 24절경을 꼽는다. 여기서 8봉은 속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비로봉·길상봉·문수봉·보현봉·관음봉·묘봉·수정봉을 이르고, 8대는 문장대·입석대·신선대·경업대·배석대·학소대·봉황대·산호대를 8석문은 내석문·외석문·상환석문·상고석문·상고외석문·비로석문·금강석문·추래석문을 이른다.
속리산 문장대로 향하는 숲길에 서 있는 이 커다란 바위가 바로 내석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바위를 지나면 법주사 말사로 유명한 탈골암과 다시 속리산 문장대로 행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다시 발길을 속리산 문장대로 향하다 보면 계곡아래 제법 많은 물이 고여 있는 소(沼)를 만난다. 여기가 목욕소로 알려진 곳이다. 이 목욕소에는 조선 세조임금이 복천암에 거하고 있는 신미대사를 찾아온 일화가 전해진다.
이 속리산 목욕소는 몸의 종기가 심한 조선 세조임금이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약사여래의 명을 받은 월광태자라는 소년이 나타나 세조의 피부병이 곧 나을 것이라 하고 사라졌답니다. 세조가 목욕을 마치고 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몸의 종기가 깨끗이 없어졌다고 하여 “목욕소” 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1464년 조선 세조임금이 속리산을 행차할 당시 복천암 신미대사를 만나기 위해 이 숲 길을 찾았고 복천암에 거하면서 당시 속리산의 맑은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은 세조임금의 마음뿐 아니라 이 길을 걷는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 같았다. 지금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몸은 담그지 못하지만 손이라도 담가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 본다.
이 속리산 목욕소를 지나자 천년의 쉼터 세심정이라는 휴게소를 만난다. 지금은 속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 휴게소이지만 그 유래를 보면 제법 명당터에 자리잡고 있다. 세심정 휴게소 주인장이 알리는 문구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속리산은 국토의 등줄기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흘러 내린 세줄기는 남한강, 금강, 낙동강의 발원수로서 한반도 “기운의 중심” 이 되는 산이다. 세심정 이 터는 삼국시대부터 이 산의 기운을 알고 공부하러 찾아오는 이들에게 음식과 휴식을 제공하고 지금의 세심정은 속리산 문장대, 천왕봉 등반의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터이다“
세심정 휴게소 인근에는 커다란 바위에 절구(확)모양이 자리하고 있어 예전에는 물레방아가 있어 법주사와 인근 암자에 없어서는 안될 공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세심정휴게소는 속리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세속의 마음을 다시 한번 씻어 주는 의미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속리산 문장대와 천왕봉을 오르기전 세심정에서 잠시 세속의 찌든 때를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떠나본다.
(다음호는 말티재 투구봉에서 장안면 보습산 산행 길을 떠납니다)

법주사 템플스테이 교육관.
법주사 템플스테이 교육관.
세조길 옆 호수.
세조길 옆 호수.
속리산 내석문.
속리산 내석문.
목욕소.
목욕소.
세심정 휴게소.
세심정 휴게소.
한강 발원수 계곡.
한강 발원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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