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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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저문다
  • 최동철
  • 승인 2020.12.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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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

 2020년이 저물어 간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2021년 새해 첫날이다. 근데 별다를 게 있겠는가.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살았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다만 올 해는 코로나19로 연중 내내 마음고생을 했다. 그래서인지 나이를 먹는다는 느낌도 사뭇 다른 것 같다.

 올 한해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뜻하지 않게 유명을 달리했다. 우리나라에서만 800여명에 이른다. 세계적으로는 172만여 명이 사망했다. 12월 이전 까지만 해도 치료약은커녕 백신조차 없어 의료진 등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속절없이 죽어갔다.

 2020년 마지막 날인 오늘 살아남아 새해인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는 것도 어쩜 행운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더 멀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얼굴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 간 간격을 2미터 이상 유지하며 틈틈이 손을 씻는 등 주의를 기울임에도 확진자는 늘고 있다.

 다행스레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 연말이다. 효능이나 부작용 여부는 좀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어쨌든 접종은 시작됐다. 백신과 관련, 국가 간 추악한 모습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동맹조차 ‘나 몰라라’하는 자국 우선주의의 냉랭함에 부국강병의 절대적 필요성을 절감하는 때다.

 이 같은 코로나19가 기승 발악한 한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욕망의 포로가 된 불행한 이들도 숱했다. 권력의 유혹은 탐욕을 잉태하고, 탐욕은 그릇된 행동을 낳는다는 진리를 여지없이 확인했다. 권력남용, 공금횡령, 뇌물수수, 성범죄, 부정선거 등의 탐욕 등을.

 검찰총장이 사상초유 징계를 받고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얼굴이라 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명예스럽지 못한 성추문으로 자살하거나 직에서 물러났다. 충북도의원 보은선거구 재선거에서도 당선된 이가 부정선거로 도 의원직을 불명예스럽게 하차하고 말았다.

 정상혁 보은군수의 이른바 ‘친일망언’으로 촉발됐던 주민소환도 무위로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옳고 그름이 뒤엉켜 다투었지만 결국 서로 간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지역발전을 위한 군민화합은 공염불이 됐다. 편으로 나눠져 이판사판 싸움질만 해댔으니 그리된 것이다.

 어쨌든 오늘로써 2020년은 역사의 뒤안길로 저물어간다. 올 한해 겪었던 영욕도, 사랑도, 슬픔도, 치욕도, 이별도 모두 시간의 저편, 기억 속 저 너머로 잊혀져간다. 얼마 전 노환으로 별세한 이웃 노인들, 암으로 죽은 친구의 기억마저도 기억의 저 너머로 사라져갈 것이다.    

 파란만장했던 ‘2020년 경자년’에게 당나라 문인 왕유의 시‘산중이별’을 인용해 이별을 고한다. ‘산중에서 그대를 떠나보내고/ 해 저물어 사립문을 닫는다. / 봄풀은 내년에도 푸를 텐데/ 그대는 돌아오시려는지‘
 
 지금 이 시간에도 코로나19와 싸우는 이들이 있다. 우리 모두 방역지침에 적극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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