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흉년(凶年) ... 타들어가는 농심(農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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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흉년(凶年) ... 타들어가는 농심(農心)
  • 나기홍 기자
  • 승인 2020.10.29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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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로 모든 작물 수확량 30~50%줄어
사과농가인 김성환씨가 긴 장마로 뭉개져 버린 사과작황을 설명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사과농가인 김성환씨가 긴 장마로 뭉개져 버린 사과작황을 설명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길고 긴 장마로 모든 농작물이 흉년이 들어 농민들의 애간장이 타들어가고 있다.
올 여름 54일간 지속된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해 벼, 사과, 배, 대추, 배추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어진 농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비 벼는 15~20%, 배와 사과 25~30%, 대추 50%, 콩 50% 밖에 수확되지 않았다는 것이 농가들의 이야기다.
 5만여평의 논에 벼농사를 지은 쌀 전업농 김병일(보은) 씨는 “작년에는 40kg 기준 3,170개를 생산해 1억9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는데 금년에는 벼를 베어보니 150평에서 7개(40kg)밖에 안 나온다”며 “다 수확 해봐야 2,300개 조금 넘을 것 같은데 이건 작년 작년수매가 6만원을 생각하면 5천200만원 날아간 것”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그 어느 때 보다 흉년이고 보은지역 농협에서 타 지역보다 벼 수매가도 낮게 해 온 만큼 올해는 벼 수매가를 많이 올려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삼승면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성환(삼승)씨는 “3천평의 과수원에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데  지난해보다 30%이상 줄었다,”며 “가격이 좋아 괜찮을 것 아니냐고 하지만 수확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상품성도 크게 떨어져 큰일”이라고 토로했다.
해마다 3,000box를 수확해 왔는데 금년에는 2,000box밖에 안될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대추농사를 짓는 서주석(회인)씨는 “6천평의 대추농사를 지어 재작년에는 20톤을 생산했고 흉년이던 작년에도 12톤은 생산했는데 금년에는 겨우 4톤을 따는데 불과했다”며 “재작년에는 2억원이상, 작년에는 1억2천만원 올렸는데 금년에는 대추재배 소득이 4천만원에 불과했다”고 하소연 했다.
대추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서 씨는 인근 대추농가 2000평 면적의 대추를 전매해서 평소에 관리하는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소비처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씨는 콩에 대해서도 말했다.“8000평에 콩 농사도 지었는데 콩이 열지 않아 평소의 30%도 수확하지 못했다”며 “일조량부족으로 뿌리혹박테리아가 영양분공급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긴장마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콩을 팔아 4,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금년에는 1000만원도 안될 것 같다는 것이 서 씨의 말이다.
 콩을 수확하던 한 노인은 “내가 60년 이상 농사를 지었는데 금년 같은 해는 처음 본다”며 “나락도 안 나오지, 콩도 이것 봐 세상에 마디마디 달려야 하는 콩이 한포기에 열 댓개 밖에 안 달렸잖아”하며 고개를 저었다.
 현재 보은군에는 715농가가 645ha에 사과를 재배하고 있으며 86농가가 51ha에 배를, 1480농가가 747ha에 대추를, 3546농가가 3386ha 면적에 벼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과를 따든, 대추를 팔든, 벼를 베든, 가을 수확을 하는 농민들의 얼굴에는 수심만 가득하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금년 여름 장마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공공비축미 수매시 기존의 공공비축 미곡 등급 외에 잠정 등외규격을 신설하고, 11월 30일까지 피해 벼를 매입하기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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