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불이라며 어렵게 구한 깡통을 정성스레 못으로 구멍을 내고 철사줄로 동여 메어 잘 타고 오래가는 뿌리 나무를 구해서 늦은 밤까지 불깡통을 돌리던 기억은 40대 이상의 남자는 기억이 새로울 것이다. 『장신 동네 아이들이 쳐들어온다』『저쪽 동네를 이기려면 이번에는 작전을 더 강하게 짜야 한다』며 다분히 병정놀이하는 시늉이 어린 마음을 긴장하게 했다.
조금 힘 센 형들이 있으면, 마치 장군처럼 모시며 따라 다니고 죽창을 만들어 함께 토끼 사냥을 나설 때면 모두가 전쟁에서 공비토벌을 하는 양, 형들의 행동 하나를 주시하며 깊은 산까지 따라 나서기를 꺼리지 않았다. 인심도 밤늦게 까지 돌아다니며 노는 아이들을 위해 소쿠리에다 감자와 보리밥을 함께 놓아두었던 기억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당시를 생각하면 어른들의 배려는 파격적이었다.
지금의 아이들이 나약한 심성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공격적이고 모험심이 많았던 우리들의 세대가 성장 과정에서부터 이러한 경험을 하였기에 오늘날 한국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않았나 하는 마음도 가져 봄직하다. 콧물이 입안에까지 질질 흘러 들어가고, 양말 한 짝이 없어 꿰매고 꿰매어 두툼해진 발에 고무신을 신고 다니고, 자고 일어나면 걸레가 머리맡에 꽝꽝 얼어 있었어도, 자연을 이기고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자연에 순응하려면 자연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이치를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잊어버리는 듯하다.
세모의 긴긴 밤을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와 가족의 윷놀이, 밤 늦도록 하는 쥐불놀이 등은 요즘 밤새워서 하는 화투판과는 어떤 비교가 되고, 2세들에게는 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 무조건 자식들에게 과보호하는 대신 가족이 무엇인가 깊이 그려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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