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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란 말이냐!
[1432호] 2019년 06월 20일 (목) 박태린 (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 단원) webmaster@boeuni.com

“나, 구두 샀다~!”
언젠가 여자 단원 하나가 검정색 하이힐을 번쩍 들고 연주홀 대기실에 들어오면서 소리 쳤다. 모두들 그 구두를 바라 보곤 자신의 구두를 내밀어 비교하며 살펴본다. 단조로운 검은색 의상을 입는 연주자들에겐 무대의상에 대한 선택은 할 수 없지만 간혹 누군가 디자인 예쁜 구두를 신고 오면 그것에 시선을 고정 시킨다. 그날 이쁜 구두를 보고 나도 그 다음 연주회엔 반짝반짝 빛나는 까만 에나멜 하이힐을 사서 지금까지 신고 있긴 하지만...ㅋㅋㅋ
 몇 일 전 15일엔 청주 아트홀에서 <한음 클라리넷오케스트라>정기 연주회를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 날은 축구 결승전이라고 아트홀 앞의 체육관에서는 낮부터 행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연주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객석에는 관객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 축구 때문에 관객 없는 연주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이 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에 누군가 웃음거리 하나만이라도 던져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연주 10분전 출입문이 열리자 자리를 찾아 앉는 관객들이 보이고, 전처럼 만원은 아니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좌석은 채워진 것 같았다. 그러나 관객수는 역대 최저 수준이었음에도 연주는 지난해 보다 좋았다 라는 평가가 나왔다.
 리허설 시간, 내 옆자리에는 클라리넷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앉았는데, 남자답게 힘있고 탄력있는 소리임에도 아이스크림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실력이 좋구나, 생각하면서 살짝 악기를 살펴보니 요즘 전공자들이 선호하는 악기였다. “한 번 불어 봐도 될까?” 양해를 구했더니 선뜻 허락을 했다. 어쩌면 좋아, 부드럽고 상냥하게 나오는 고음의 유려(流麗)하고도 진주처럼 우아한 아름다움이라니~!♬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한 노력으로 악기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고가(高價)행진을 하고 있다. 나도 악기를 바꾸면 연주를 더 잘할 수 있을까? 연주를 하면서도 왼쪽 귀는 내내 옆쪽의 클라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 끝없는 욕심. 어쩌란 말이냐.......(--;;
 드디어 연주가 시작되고 몇 곡이 지난 후, <베버>의 실내악곡인 5중주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 곡은 베버가 사랑하는 연인<카롤리네 브란트>에 대한 그리움이 들어 있는 곡이다. 1악장의 연주는 클라리넷이 빠른 템포로 리드하는데 연주자는 바로 클라리넷티스트이면서, 또한 한음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이신 <이병찬>선생님이었다.
 우리들은 대기실 문을 열어 놓고 모니터를 보면서 연주를 들었다. 탱탱하고 윤기나는 비단실을 한올한올 뽑아 올리는 듯한 화려함. 탄탄한 음색(音色)을 들으면서 단원들은 자신들의 클라리넷을 가슴에 안고 숙연한 모습이었다. 자신들의 연주 소리와는 비교되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고스란이 단원들의 얼굴에 심각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연인을 향한 그리움이 더해진 간절함까지 스며 있는 연주는 아련하고도 찬란한 슬픔으로 느껴졌다.
 세기적인 테너인 이태리의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음악 감상에는 두뇌가 필요없다” 라고 말했지. 약 15분간의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다섯명의 연주자가 만들어 내는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놓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신에게 바치는 가장 아름다운 기도는 음악이라고도 하고, 많은 예술 장르 중에서 오로지 음악만이 종교적이라고 누군가는 말하지 않았던가.
 필자 또한 평생을 악기 옆에서 살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연주를 단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다. 예술계통에서 활동하는 사람처럼 많은 스트레스를 가진 사람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완성이라는 것이 없음도 이유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는 연주전의 긴장감을 녹여주던 귀여운 여자 단원의 구두타령같은 한바탕 웃음 보따리는 없었지만,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주는 것으로 연습을 소홀히 하는 단원들에게 고민과 반성이라는 일침을 놓은 지휘자님의 큰 가르침이 있었다. 고민과 반성을 동반한 깊은 감동이 큐피트의 화살처럼 49명 단원들의 심장에 꽂힌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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