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한 평 없는 ‘정이품송’과 ‘정부인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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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한 평 없는 ‘정이품송’과 ‘정부인소나무’
  • 주현주 기자
  • 승인 2019.04.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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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은 천연기념물인데 사는 곳은 도로에서 풍찬노숙
▲ 정이품송(왼쪽), 정부인소나무(오른쪽)

중부권과 보은군을 대표하는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과 352호 ‘정부인소나무’가 땅 한 평 가진 것 없이 지목 상 도로에서 풍찬노숙을 맞고 있다.

세조 10년(1464)법주사로 가던 세조의 가마가 가지에 걸려 “연 걸린다”고 하자 가지를 들어 올려 무사히 지나가게 해 정이품의 벼슬을 받은 ‘정이품송’은 수령 600년의 소나무로 1962년 12월 7일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됐다.

한때 왕성한 수세를 자랑하며 수학여행 및 신혼여행객들의 단골 사진촬영 명소로 각광받던 정이품송은 1980년대 솔잎혹파리 피해에다 1993년 강풍으로 서쪽 큰 가지가 부러지며 모습을 많이 상하는 등 수난을 겪었다.

이렇게 600여년의 세월을 살며 세조와의 인연과 충정으로 정이품 벼슬(현재의 장관)까지 하사받았지만 ‘정이품송’ 앞으로는 땅 한 평 없는 남의집살이를 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정이품송’이 살고 있는 곳의 지번을 확인해 보니 속리산면 상판리 241번지(3848m²)는 지목이 도로고  좌측 239번지(13만9930m²)는 하천부지로  국토교통부 소유다.

또 20-2번지(350m²)와 19-2번지(380m²)는 모두 지목이 도로로 국토교통부 소유이고, 244번지(853m²)는 농림부 소유의 구거다.

또한 18-1번지(331m²) 역시 도로로 충북도 소유이고, 도로 쪽 17-3번지(1160m²)는 도로, 18-3번지(119m²)는 밭으로 이 2필지만 보은군 소유이다.

여기에 ‘정이품송’ 좌측 17-2번지(50m²)와 18-2번지(79m²)는 지목 상 도로로 개인소유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이품송’이 차지하고 있는 땅이 국가와 충북도, 보은군, 개인 소유 등으로 600여년을 살아오면서 보은과 중부권 대표적인 역사문화종교관광지 였지만 정작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땅은 단 한 평도 없이 지금까지 남의집살이를 하며 청백리로 풍찬노숙을 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1988년 4월30일 천연기념물 352호로 지정받은 장안면 서원리에 있는 ‘정이품송’의 부인인 ‘정부인소나무’도 생활고는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인소나무’ 우측 화단 서원리 389-2번지(511m²)는 기획재정부, 출입로인 389-1번지 (425m²)는 국토교통부 소유이다.

또 서원리 49-3번지(357m²)와 49-2번지(311m²), 49-4번지(417m²), 49-5번지(284m²), 45-3번지(126m²)는 지목 상 모두 도로로 충북도 소유이고, 화단과 정자가 있는 44-2번지(1665m²)만 보은군 소유이다.

‘정부인소나무’ 좌측 길 49-6번지(685m²) 중 상당부분이 개인소유이고 소나무 우측 45-6번지 (511m²)중 개인소유가 있다.
‘정부인소나무’도 ‘정이품송’과  같이 내 땅하나 없는 ‘청백리 천연기념물 소나무 부창부수’이다.

이 같은 보은지역 천연기념물에 비해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 804번지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294호인 ‘석송령’은 정이품송과 같은 약 600년 수령이지만 ‘이수목’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토지 6600m²를 물려주고 등기까지 내줬고 고 박정희 대통령도 500만원을 지원해 토지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국내 유일의 ‘세금’내는 부자 나무로 유명하다.

‘정이품송’과 ‘정부인소나무’의 불안한 주거에 대해 속리산주민 K씨는“문화재청은 몇 년 전 ‘정이품송’에 주변 관광자원 등을 더해 800-1000억 원 정도의 가치를 발표한 바 있고 여기에 ‘정부인 소나무’를 더하면 2000억 원에 육박하는 가치가 나올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이런 소중한 지역의 천연기념물이 이렇게 남의집살이를 하면서 옹색하게 생활 하는지 몰랐다. 정이품의 예우에 맞게 여러 개로 쪼개져 있는 지번을 정리해 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 K씨는“ ‘정이품송’과 ‘정부인소나무’의 지번을 정리하고 보은군이 매입하면서 ‘소나무의 고장’, ‘정이품송과 정부인 소나무의 600년 만의 내 집 마련’, ‘정이품송’ ‘정부인소나무 내 집 마련 군민운동’, ‘우리고장 천연기념물 정이품송과 정부인 소나무 땅 한 평 기부하기 운동‘등 다양한 이벤트 및 홍보용으로 사용해 군민이 단합하고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속리산 관광을 다시 한 번 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의견에 대해보은군청 관계자는“현재 ‘정이품송’이나 ‘정부인소나무’ 가 있는 지번 소유권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예산이 수반되야 해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천연기념물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서 스토리텔링이나 홍보용 등으로 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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