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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Me Too)
[1417호] 2019년 03월 07일 (목) 오계자 소설가 webmaster@boeuni.com

민들레 홀씨송이를 닮은 눈송이가 사뿐사뿐 내리는 날, 벗어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던 지인이 결국 떠났다. ‘해탈’이라는 서산대사의 시를, 시도 때도 없이 소리 내어 읊던 사람이다. 나와는 차원이 다른 영적 세계가 있는 듯 했다. 내가 자질구레한 일로 속상해 하면, 또 ‘해탈’을 읊으며 바람 같은 것이니 누군가를 탓하지도 말고, 잘 났네 못 났네 평가도 말자며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자던 그가 날 위로하는 척 자신을 위로하던 사람이다.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 얹어주고 묵념을 하면서, 이미 영혼은 반평생을 지옥 같은 삶을 살았으니까 진심으로, 진심으로 명복을 빌었다. 전날 밤에 눈이 온다고 내게 전화 했던 사람이 밤사이 잠자는 듯 그렇게 곱게 갔다. 사람이 죽음 앞에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몸부림치며 허우적인다면 그 모양새는 참 흉하고 안타깝다. 마지막 순간까지 한없는 욕망과 집착을 놓지 못하고 살아도 한이요 죽어도 한이라 발악을 하는 격이 된다.
건전한 사고思考로 올곧은 삶을 살았거나 마음에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살았다면 이미 자신의 종언終焉 또한 예감하고 있었다는 듯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눈을 감으며 숨을 거둘 수 있을 게다. 죽음 자체는 슬픈 일이지만 고요하게 눈 내리는 밤에 그는 아름다운 임종을 했다.
몇 년 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아무 연고도 없는 괴산으로 터를 잡은 것은 단순히 건강 문제도 아니며 맑은 공기를 찾아 휴양을 온 것도 아니라고 했다. 가장 깊은 영혼의 감각이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갈망에 빠져 능력 상실자가 되었단다. 
가끔 정신적 혼란이 심해지면 연락이 오곤 했다. 우리는 서로 말없이 찻잔을 들고 먼 산만 바라보는 편이었다. 무언가 영혼의 상처가 깊은 것 같은데 열고 싶은 마음자락보다 아직은 감추고 싶은 자락이 더 큰 것 같아서 기다리기만 했다. 1년이 넘었지만 입을 열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곪은 부위는 매스를 대고 수술을 해야 아물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 전 아픈 부위를 건드리고 말았다.
터졌다.
중학교 교사시절 못 볼 것을 보았는데 자기도 그 사실을 은폐 했단다. 교장선생님이 중2학생과 은밀한 관계 장면을 봤지만 모른 척 했단다. 그런 행위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된다는 생각은 생각으로 그쳤다. 아이가 임신을 하면서 부모가 알게 되었다. 교장은 찾아 온 학부모님께 딱 잡아떼며 말도 안 된다고 화를 내자, 학생이 들킨 적도 있다고 했으니 당연히 부모님은 미술선생을 찾아왔다. 이미 교장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상태라 “난 본 적이 없습니다.” 해버렸단다. 그 말 이후 지금까지 두 다리 뻗고 자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훤히 보이는 사실을 가족 중 누군가 제대로 밝히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요즘은 온통 뉴스시간마다 미투(me too)이야기지만 30여 년 전이라 오히려 가족들이 쉬쉬 하는 것을 자기도 다행으로 생각한 이기심을 죄로 여기며 힘들어 한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하나님 뵐 면목이 없어 다니던 교회도 발을 끊고 혼자서 고통에 시달리다가 우울증 치료를 받기도 했다. 나는 또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그 아이 찾아가 보셨어요?” 했더니 찾아가면 상처가 덧날까봐 염려도 되고, 스승이 거짓말을 했으니 어떻게 제자를 보겠느냐며 용기를 내지 못했단다. 내가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가난한 시골아이 무언가 필요해서 부모님이 찾아왔을 터, 위로금이라도 여유 있게 주었으면 병원비라도 할 걸, 답답하고 화가 났다. 가해자도 아니요 피해자도 아니면서 평생 혼자서 끙끙 앓고, 지기를 펴지 못하며 낮선 땅으로 와서 속죄하면서 살더니 곱게 떠났다. 죄를 지으면 반드시 그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양심을 속이고 영혼이 벌을 받는 것은 그 내면의 세계가 지옥이 된다. 그는 너무 가혹한 벌을 스스로 만들었다.
사람이 살면서 양심에 때가 묻었느냐 깨끗하냐에 따라 영혼의 맑음과 흐림이 보인다. 나 또한 양심이 화두가 되면 Me Too다.
나 역시, 양심이 벌을 받는 중이니까. 아직 은혜를 갚지 못해 영혼이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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