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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1405호] 2018년 12월 06일 (목) 김인호 기자 kih2770@hanmail.net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보은군과 보은군의회의 대결이 극한으로 치닫지 않아 다행스럽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을 행사했다는 군과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하는 군의회의 본질적 입장 차이는 온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군민의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억지춘향 식의 미봉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진정한 소통을 통한 양 기관의 협력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군정의 최고 책임자는 포용력 있는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군수의 답변 중 “경험 있는 재선 의원이 군의장이 돼 박수를 쳤다”며 경험을 강조했다. 이 말은 군수 본인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말이기도 하다. 징검다리 재선의 경험을 가진 의회 의장과 3선 연임의 군수 중 누가 더 많은 정치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군정의 최종 책임자는 군수이다.
둘째, 군은 의회를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절차에 의한 행정을 집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는 의회에게 “군은 권한을 행사한 것”이고 “의회는 의회의 일을 하면 된다”는 식의 인식은 군수의 정치의식 빈곤을 의심할 수 있다. 대화와 협력을 부정하는 말로 의회를 군수의 산하기관내지 통법부로 인식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군과 의회의 충돌이 발생한 이후 군과 군수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현시켜 가는 것도 매우 중요한 지방자치의 원칙이다.
셋째, 행정은 법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다. 법에 따른 행정을 표방하고 있다. 법치주의는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의거해 행정을 행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법체계는 헌법, 법률, 명령, 조례, 규칙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군수의 인사권 행사 보다 법(조례)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이 더 중요한 것이다. 조례가 제정된 후 인사권을 행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큰 이유다.
넷째, 정치적 문제에 대한 공무원의 의사표시는 자제되어야 한다. 이번 소동은 엄밀히 말하면 정치적 논쟁으로 정치문제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군수와 의장 및 군의원은 주민의 선출로 공무원이 된 정치인이다.
지역신문을 통해 의회와 의장에 대한 공무원의 기고문이 실렸다. 군민으로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공무원 신분으로서 한 점은 일종의 정치 행위일 수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란 책무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해당 공무원의 선의를 백번 인정한다 해도 군수와 의장의 정치적 논쟁에 뛰어든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언론 기고에 앞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관련 공무원들의 의사를 의회와 의장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선행됐어야 했다. 공무원이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다섯째, 군의장의 노력은 기억해야한다. 격돌로 치닫던 군수와 군의장의 대립을 더 이상 격화 시키지 않은 것은 자신을 최대한 낮춘 군의장의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의장이 관례를 벗어나 군수와 본회의장에서 ‘맞짱토론’을 벌인 가장 큰 이유는 긴밀한 사전협의 또는 최소한의 양해도 없이 의회의 권한과 절차가 무시당했다고 느낀 의장의 절박한 심정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 것은 부족하지만 의회의 권한과 위상을 재고시켰음은 물론이다.
수적석천(水滴石穿)이란 말이 있다.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낸다는 말로 미비한 힘이 노력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흔들림 없이 의회의 권한과 위상을 높이려는 의회와 의장의 끈임 없는 열정과 노력을 기대한다.
군과 의회는 우리군의 양대 기둥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처럼 두 기관의 공통분모인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굳건한 협치를 위한 두 기관의 의욕적이고 왕성한 대화와 소통을 기대해본다. 그 선두에 군수와 군의장이 있어야 한다. 통 큰 군수를 표방한 군수의 왕성한 소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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