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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보은군의회, 멋쩍은 화해
[1404호] 2018년 11월 29일 (목) 김인호 기자 kih2770@hanmail.net

문득 어리 섞은 질문이 스쳤다. 집행부와 집행부를 견제하는 의회가 작심하고 정면으로 충돌하면 어느 기관이 승리? 집행부는 의회가 예산을 승인해주지 않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자치입법과 예산심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의회도 집행부의 요구에 잘못 부응했다간 이익단체 등으로부터 호된 화살을 맞을 수 있다. 자칫 의회가 집행부를 대신해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 그래서 의회의 거부권 행사에는 명분과 설득력이 특히 중요하다.
보은군 행정조직 개편을 두고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였던 보은군과 보은군의회의 갈등 사태가 일단락된 듯 보인다. 의회가 부결했던 ‘보은군 행정기구 설치 조례안’을 의장이 조만간 본회의에 직권상정 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군수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며 강경 입장을 표명했던 보은군의회가 여론을 의식하고 한발 물러선 것으로 읽힌다.
지난 22일 열린 보은군의회 군정질문에서 정상혁 군수와 김응선 의장이 행정기구 설치를 놓고 설전이 오갔다. 이후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보은군.의회 화해…군수.의장 상호존중 상생협력’ ‘보은군-보은군의회 42일 만에 극적 화해’ ‘보은군의회 갈등 일단락되나’ ‘보은군-의회,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 ‘화해하고자 만났는데…갈등 골만 키운 보은군.군의회’ 기사제목에서 볼 수 있듯 개운치 않은 화해로 해석된다.
이날 5급 승진 내정인사를 둘러싼 두 수장의 공방은 1시간 이상 이어졌다. 그러다가 김 의장의 ‘상생’ 제의에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김응선 의장은 “의장의 직권으로 의사일정 중단을 선언한 것은 축산과 신설 등 조직개편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집행부가 의회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며 “닭 잡는데 쓸 칼을 소 잡는데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는 등 의장으로서도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자신의 허물도 있음을 인정한 뒤 유감표명 의사를 물었다.
정 군수는 “의장이 서운해 하는 부분은 상호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대화를 나누겠다”고 답했다. 정 군수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지만 두 수장의 긴 공방은 박진기 부의장의 중재로 멋쩍게 마무리됐다는 게 관전자들의 평이다. 이날 방청석에는 평소와 달리 30여명의 주민이 쭉 지켜봤다. 한 방청객은 “집행부와 의회가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한다.
두 기관의 힘겨루기가 장기화되면 군정이나 의정은 파행으로 치다룰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의 몫이다. 때에 따라 다툴 수 있다. 고집도 피울 수 있다. 문제는 이후다. 주민을 편안히 섬길 수만 있다면 그까짓 자존심 구겨진들 어떠랴. 두 수장이 큰 안목의 지도자로 기억되길 바라며 이날 정 군수와 김 의장의 공방을 끝까지 지켜본 주민의 소감을 소개한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호랑이 잡으려 산에 갔다가 토끼도 못 잡고 온 격이다. 집행부는 권한에 의거해 하자 없는 인사권 행사였다고 하고, 의회는 절차상의 문제로 반드시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한 결론은 서로의 생일날 ‘밥먹자’로 끝났다. 의회와 집행부의 수장이 본 회의장에서 나눈 군정질의 수준이 참 참 참.
군수의 토론 자세나 태도는 익히 알았기에 변함없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고 의장은 다른 연수보다 토론의 기법에 대한 연수를 다녀야 할 수준이다. 당 태종의 충신 위징을 언급한 것 자체가 군수에 대한 의장의 자세가 아니다.
차 한잔 하면서 나눌 대화를 의회에서 한다는 것 한심하기 짝이 없다. 행정과장과 부군수의 답변과 태도는 의회를 경시하기까지 했으니 한마디로 의회의 KO패다.
대한민국 국가 의전 서열 1위 대통령 / 대한민국 국가 의전 서열 2위는 국회의장. 보은군 의전 서열 1위 군수 / 보은군 의전 서열 2위는?
전체적으로 군민들을 의식해서 억지춘향식의 화해 모습을 연출했으나 의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고 의회를 경시하고 무시한 군수처럼 부군수와 과장들도 의회를 존중하지 않는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이런 자세로는 밥을 아무리 같이 먹어도 대화와 협력을 통한 보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의원들의 분발과 전략적 행동 및 사고가 필요하다. 동시에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들이 의회를 존중하는 태도도 배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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