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시대의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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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대의 안보
  • 남광우 보은신문 이사
  • 승인 2018.11.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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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립 서울 현충원을 참배했다. 현충원은 나라를 위해 생명을 희생하신 선열들을 모신 민족의 성지다. 그곳에 역대 대통령 네 분도 계신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나는 네 분 모두 한국 현대사의 거물이며, 시대정신에 충실했던 위인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분들 묘지 앞에서 묵념했다.
내일 모레 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각종행사 때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거행하지만 정확한 뜻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순국선열(殉國先烈)이란 일제하에 국권 회복을 위해 항거하고 헌신한 독립운동 유공자들 가운데 목숨을 잃은 분을 말한다. 호국영령(護國英靈)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명예로운 영혼을 뜻한다.
지나간 한 달 동안 나는 안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업을 수행했다. 대추축제 시작하는 날 ‘참전노병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축제에 앞서 6.25와 베트남전에 참전한 노병을 위로하고, 그분들의 애국심에 감사드리는 뜻깊은 행사다. 8년 전 정상혁 군수의 제안으로 지속하고 있다. 지난주엔 경북 칠곡에 있는 다부동 전적지를 다녀왔다. 6.25전쟁 시에 대구와 부산을 사수하려 총력을 다했던 전투지다. 그곳에서 북한군의 남하를 지연시켰기에 인천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달 초엔 예비역 대령 한분을 모시고 보훈회관에서 안보강연을 진행했고, 충북보훈지청장을 만나 안보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나는 8,90대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한국사에서 그분들처럼 불행한 세대가 또 있었나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아버지 세대인 그분들은 태어나 보니 일제 강점기였고, 청년기엔 6.25전쟁으로 갖은 고생을 다했으며, 전쟁 후엔 폐허 위에서 가난을 이기려 노력해 자식들을 건사한 세대다. 부모님의 희생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런 어르신들이 요즘 나라 걱정이 크다. 나도 그렇다.
대통령이 평양을 다녀오고, 김정은이 남쪽 평화의 집을 방문했지만 진정 이 땅에 평화가 왔는가? 모든 사람이 평화를 원하고 기다리지만 평화의 노래에 취해 국가 안보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평화의 조짐이 있어 다행이지만 그 조짐이 그대로 한반도의 평화로 이뤄질까? 이제 겨우 몇 걸음 뗐을 뿐인데 운동장 한 바퀴를 다 돈 것처럼 하니 넘어져 코가 깨질까 두렵다. 아버지 세대는 6.25전쟁의 참상을 몸소 겪어서 다른 어느 세대보다 나라의 소중함과 전쟁의 참혹함을 잘 알기에 걱정이 더욱 크다. 국방부가 밝힌 백서에 북한은 6.25 이후 약 3,000번의 도발을 했다고 하는데 이번엔 북의 진심을 믿어도 되는 건지.
안보(安保)란 국가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가정으로 치자면 문단속이다. 안보란 문단속처럼 대비하는 일인데 귀찮다고 현관문을 잠그지 않거나 보기 싫다고 창살을 뜯어내는 듯해서 불안하다. 북한군은 10년을 복무하는데 우린 20개월도 많아 줄이려 한다. 한미 군사훈련도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란 말이 있다.서해 NLL을 평화수역으로 공동사용 한다면 위험하지 않을까? 핵무기가 아니라도 우리가 북한 장사정포 1000대와 130만 군대, 20만 명의 특수전 부대를 감당할 수 있을까? 생화학무기는 어떻고?
정부는 평화를 위한다며 수천억 예산을 세운다. 시민단체와 지자체도 앞을 다퉈 대북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불쌍한 북녘의 동포 좀 도와주면 안 되느냐, 평화를 위한 일에 왜 이리 인색하냐고 한다. 그러나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니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몹시 불편하다.
평화시대에도 안보는 필수다. 5천년 역사 이래 수없이 외침을 당한 민족이다. 통일이 되어도 중국, 러시아, 일본을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다부동 전투 전시관에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글귀가 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평화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이 있을 때만 지켜지는 것임을...” Freedom is not free ;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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