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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과 인생
[1398호] 2018년 10월 18일 (목) 이영란 webmaster@boeuni.com

  나이 들면 인간은 과거를 먹으며 산다고 한다. 많은 세월이 흘러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살아가는 지혜는 젊은이들은 생각 할 수 없는 은근한 화롯불과 같다. 긴 세월을 직장이라는 굴레에서 살다 해방이 된 요즈음은 정말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경이로움과 즐거움이 교차되어 배우고 만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고향이나 학교 동기 모임은 회비를 내는 것으로 참석을 대신했던 나는 모처럼만에 1박 2일의 중학교 모임에 참석하게 되니 친구들의 안부와 살아온 이야기들로 밤새는 줄 모르고 떠들고 웃었다. 마침 동네와 떨어진 외진 민박집이기에 다행이지 도시나 붙어 있는 집이였으면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멀리 부산에서 온 친구는 중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난 친구였다. 10여 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고생을 많이 했지만 가족과 본인의 노력으로 많이 건강해져 친구들이 보고 싶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학교 다닐 적에는 막둥이로 곱게 자라 어려움 없이 자란 친구였지만 건강을 잃은 후로는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도 밝은 모습으로 학창시절 선생님들의 수업 장면, 친구들과 뒷동산에 올라 합창 연습 하던 일, 체육 대회 시 매번 말띠 후배들에게 패배하여 속상했던 일을 차근차근 이야기 하면 그 소리에 맞장구를 쳐 주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배려하는 마음을 엿 볼 수 있었다. 학창 시절 마음이 착해 학교의 궂은일을 잘하던 친구는 경기도에서 세종으로 이사 와 충청도인으로 다시 살 수 있어 좋다며 친구들이 가까이 있으니 자주 만나자는 행복한 약속도 했다.
 입담 좋은 청주 친구는 동기들의 소식을 어찌나 잘 알고 있는지 묻기만 하면 척척 대답하면서 자기는 과거의 일을 너무 기억을 잘 해 삶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사람이 살아가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과거는 좋은 것만 생각하고 힘들고 나쁜 기억을 빨리 잊어버려야 한단다.
 모임에서는 먹거리도 아주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살림을 오래 한 친구들의 요리는 요사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먹거리 프로그램보다 더 다양하고 수준이 높고 정감이 있었다. 시원한 물김치, 봄에 뜯은 쑥으로 끓인 된장국, 말린 가지 무침, 무말랭이 무침, 고향에서 주워온 홍시, 뒷산에서 주어 온 토종 밤 등은 가난했지만 정감 있는 생활을 되돌아보게 했다. 맞다. 인생도 긴 여정이 필요하다. 그러면에서 인생은 낙엽과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식물들이 계절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를 이어 갈 수 없어 지금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듯이 우리 인간도 살아가며 해야 할 일을 때 맞춰야 한다. 태어나서는 튼튼하게 자라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은 인성을 가꾸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은 꿈을 키우며 내가 나아갈 길을 설계하며, 성인이 된 다음에는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너무 성급하게는 하지 말자. 너무 일찍 글을 알아 학교에 오면 재미가 없다 생각하고, 초등학교에 중학교 과정의 영어, 수학을 배우느라 자기의 인생을 설계하지 못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나 사회생활을 부모에게 의지한다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싹이 트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단풍이 들어 다음 농사의 퇴비가 되는 낙엽이 되려면 알맞은 물과 영양. 바람과 햇빛 그리고 시간이 있어야 하듯이 우리 인간들도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인생을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친구들과 하룻밤을 지내는 밤하늘에 뜬 달을 볼 수 있는 여유, 아침 창문을 여니 하얀 서리가 내려 단풍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 맑은 골짜기에서 헤엄치는 민물고기를 보며 산책하는 마음의 여유에서 인생의 참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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