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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멕시코지진 좋아하지?
[1397호] 2018년 10월 11일 (목)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webmaster@boeuni.com

 누구나 일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큰 경험을 몇개는 가지고 있다. 그런 것들은 두고두고 생각나게 마련이다. 1985년 9월에 있었던 진도 8도의 멕시코지진도 그 중의 하나다. 일본 동부해안의 쓰나미, 인도네시아의 지진 등 거대한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그저 바람속의 먼지같은 미미한 존재일 뿐임을 느낀다.
 1985년 9월 19일 아침 7시 20분이 좀 못된 시간이었다. 그때 나는 그 무시무시한 진도8도의 멕시코 지진 현장에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내와 이제 돌이 지난 어린 딸과 셋이서 같이 생활하고 있었으나 아내는 딸과 함께 먼저 귀국한 후였다. 그리고 멕시코시 따스께냐지역의 조용한 저층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곧 귀국을 앞두고 있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준비를 위해 부엌 쪽으로 가서 씽크대 수도꼭지를 잡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았다. 그렇게 기분이 나쁠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이러지? 간밤에 내가 술을 먹었나? 아니지! 그러면 내가 죽을병이 들었는가? 하는 자문자답이 머리에서 재빠르게 지나갔다. 곧바로 세찬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곧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윗층의 문과 창문들이 시끄럽게 흔들리고, 대문들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꽝꽝하는 소리가 났다. 윗층에서 여가가 울고 남자는 진정시키느라 고함을 지르는 등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그때 내 몸은 거센 파도가 이는 배를 탄 듯 쓰러질 것 같아서 그냥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큰 원형 콘크리트 기둥을 부여잡고 같이 춤을 추듯 움직이는 처지가 되었다. 이런 순간이 한동안 지속되다가 어느 순간에 조용해졌다.  복도 건너편 공부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책장이 넘어지면서 큰 마르몰상이 박살나 있었다. 공원 저편에 있는 연립주택이 무너져 소방관들이 사람들을 통제하며 거대한 가스통을 조심스럽게 파내고 있었다. 차를 몰고 중심가로 나가 보니 높은 외무성 빌딩은 꼭대기 층에서 아래쪽으로 약 3-4층쯤 위치의 외벽속 철근이 바깥으로 비죽이 내밀고 있는 위험한 모습이었다. 또 약 7-8층의 건물이 통째로 주저앉아 각층의 바닥만 성냥곽처럼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벽은 아예 바스러져 버렸는지 없고 다만 어떤 층은 응접셋의 천이 그 사이에 끼인 처참한 모습이었다. 관공서들은 그 시간이 출근 전이라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거의 10,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었고 부상자가 30,000명을 넘었다 했다.
 지진이 있은 후 모든 통신망이 끊겨 버려서 소식을 국내 가족에게 전할 수도 없었다. 그런 상태로 한 일주일 가까이 지내자 인편을 통해서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 유학생 동태파악에 신경이 곤두서있던 박공보관은 자기에게 진작 연락하지 않았다고 신경질까지 부렸다.
 한편 이때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전화통화도 안되니까 내가 죽은 줄로만 알고 한걱정으로 텔레비전 방송뉴스만 틀어놓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어린 딸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였다. 딸애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등 외갓댁 식구들과 엄마가 멕시코 지진뉴스만 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좋아서 그러는 줄로 알았던 모양이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빤히 처다 보며 “엄마, 멕시코지진 좋아하지” 하고 자꾸 묻더란다. 아내는 기가 막혀서 내가 죽고 나면 혼자 이 자식들을 어떻게 키우나 하고 태산이 꺼지는 걱정을 했었노라고 말했다. 지진후 에쿠아돌에서 이사온 서남수선생 가족들이 나의 아파트로 들어와서 같이 살게 되었다.
 그 얼마 후, 나는 귀국을 했고 멕시코 월드컵대회 때 나는 다시 출장을 가서 그들 가족을 다시 만났다. 그들은 그후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마음씨 좋던 서선생님은 거기서 영면했다. 지금도 지진당시 생각을 하면 아찔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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