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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지5 ( 꽃씨 받던 날에... )
[1396호] 2018년 10월 04일 (목) 시인 김종례 webmaster@boeuni.com

  올 가을에는 꽃씨 받는 재미가 별로다. 해마다 시월이 와서 마당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씨앗을 받는다는 건, 다가올 봄에 대한 소망의 기쁨을 소유함이요. 울적한 마음에 치유사 역할도 톡톡히 해 주었으며, 종자 결실에 대한 미말의 지식도 터득하게 하였다. 올해는 혹독한 폭염과 목마름에 온 몸이 뒤틀렸던지라 씨앗이 부진하게 맺어서 아쉬웁다.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기다림에 지쳐서 국화송이 노랗게 물이 들었고, 코스모스 흔들거리는 장독대 위로 하늘은 저다지도 푸르다. 기세등등하던 수세미 줄기가 툭- 고꾸라진 사이에, 시월은 귀뚜라미 등에 업혀서 왔나 보다. 펄럭이는 노스탤지어의 깃발 위로 고추잠자리 한 쌍이 감나무 잎과 공중 곡예를 즐기니, 어김없이 가을 풍경이 한 폭의 유채화처럼 그려지고 있다. 
 모든 작물들이 신의 심판을 받고 있는 논두렁 밭두렁을 걸어보자! 생명체들의 혼을 빼앗느라 동분서주하는 가을바람에 구절초 하얀 꽃잎이 눈웃음 치고, 해바라기, 돼지감자꽃 노란 웃음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콩 포기, 팥 포기, 깨 포기 등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거두는 이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익어가는 햇과일에 눈부신 햇살이 입맞춤하는 가을아침, 그리움이 노을빛으로 타는 가을의 해거름, 언제 어디를 둘러보아도 소리 없는 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신의 노트에 가을의 노래를 충만히 쓰고 계시는 그 분의 시낭송도 들려온다. 무더위의 터널을 빠져나와 만난 가을인지라 더욱 아름답고 찬란해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감나무 아래 고목나무 빈 의자에는 바람이 주인 노릇을 하느라 연신 바스락댄다. 오늘은 흙 묻은 의자를 윤기있게 닦아놓고 바람대신 내가 앉아 가을동화를 읽고만 싶다. 저 높은 창공을 향하여 릴케의 가을 서정시 하나 읊어보고 싶다. 가사가 희미해진 흘러간 대중가요도 한곡 흥얼대고 싶어진다. 우주의 섭리를 가르치며 한편의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시월이기 때문이리라. 공중곡예를 하는 나뭇잎 하나에 우주운행의 법칙이 다 들어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리라. 오늘처럼 시월의 하늘 아래서 꽃씨를 받는다는 건, 빛바랜 사진처럼 쓸쓸히 미소 지으며 소멸의 원리에 순응하는 것이리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절감하기에 적격이 아닐 수 없는 가을나이이기 때문일까? 새삼 고희의 깃발이 펄럭이는 언덕을 오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내 인생의 꽃씨는 무슨 빛깔로 남겨질까를 생각해 본다. 복잡 다심했던 긴 세월을 이고 제 혼자 덜커덩 가버리면 좋으련만~~ 나를 태우고 예까지 온 세월의 수레바퀴가 시월의 산들바람 앞에서 한그루 영상초가 되어 가라고 타이른다. 비바람 폭풍 만경창파 어우러진 강물따라 나를 싣고 예까지 온 삶의 조각배는 한 알의 씨앗이 됨이 마땅하다고 가르친다.
 자연은 구름에 달 가듯이 초연한 삶을 살라하며 결코 서두르지 않건만, 오직 사람들의 마음만 분주한 시월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나도 공연히 마음이 바빠져 긴 광목 앞치마를 두르고 마당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본다. 가지가지 꽃씨들을 소쿠리에 담아 평상 가득히 가을 햇볕에 말려두고 싶어서다. 그래도 다시 돌아올 봄을 기다려 봄직한 소망을 버릴 수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문득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딸 아이 생각으로 잠시 먼 데 하늘을 바라본다. 시월이 가고 추풍낙엽지제가 다가올 것을 염려하면서… 
 정녕 가을빛 고운 시월이 가기 전에 가을빛 사색으로 영혼의 원숙함을 열망해야 할 것이다. 한 송이 꽃씨를 받아내어 황무지 한 가운데도 백만 송이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신념과 믿음을 가져보자! 이 시월은 우리에게 지혜의 두뇌와 사랑의 가슴과 위로의 발걸음으로, 사람을 치유하고 세상을 회복하는 아름다운 계절이어야 하기에 그러하다. 당무유용(當無有用)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원리를 재발견하여 내면의 삶을 풍요롭고 충만하게 가꿈으로써, 깨달음이 곡식처럼 익어가는 시월이어야 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오색찬란한 고운 가을빛이 물들어 가기를 기원해야 할 시점이다. 일상의 번뇌와 절망과 고통의 늪에서 용감하게 빠져나와, 우리의 쓸쓸한 눈물도 예쁜 은행잎처럼 곱게 접어 아껴두는 시월이 되기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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