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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回想)
[1395호] 2018년 09월 20일 (목) 박태린 (보은전통시장 음악방송DJ) webmaster@boeuni.com

어린 시절, 가장 많이 찾았던 소풍장소로 빼 놓을 수 없는 삼년성엔 이젠 선선한 가을바람이 들어 앉아 있다. 삼년성에 서서 내려다보면 왼쪽으로는 초등학교 시절 나를 엄청나게도 괴롭히던 악동들이 사는 어암리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성주리가 있다. 두 마을을 사이에 두고 고스란이 내려다보이는 보은 읍내는 너무나 아담하다.
 전통시장에는 스마일 맨 <김원열&박성순> 사장님 내외가 운영하는 <백송식품>과 조신한 모습이 천상 한국 여인네인 <변일수&이신훈> 사장님 내외가 운영하는 <백송닭집>이 있는데 바로 이분들이 어암리 출신들이시다. 바깥 사장님끼리는 동네 친구라고 하는 설명을 듣고서야, 왜 하필이면 백송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내내 궁금해 했던 의문이 풀렸다. 어암리에는 신비한 하얀 소나무 백송(白松)이 있었던 마을로, 견학장소로도 유명해서 많은 이들이 찾았었는데 지금은 어암리 주민들의 마음속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살아 있나보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삼년성을 오르는 길 양쪽으로는 포도밭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대추밭으로 바뀌어져 동네 이장님의 대추밭에도, 부지런과 성실함밖엔 타고 난 것이 없는 것 같은 억래 오빠네 대추밭에도, 발갛게 상기 된 표정으로 서로서로 얼굴을 부비며 와글와글 시끄럽게 맺혀 있는 대추열매들. 아담하게 키 작은 여인네를 닮은 대추나무들이 올해 엄청난 다산(多産)을 했다. 가뭄과 폭염에 저들을 어찌 키워낼까 염려했는데 보란 듯이, 올망졸망 어린 것들 잘 건사해서 명품대추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다.
 얼마 전, 국립 한가람미술관에 동생내외와 같이 <샤갈전>을 보러 갔었다.
러시아 태생으로 프랑스를 오가며 그림을 그리던 샤갈은 우연히 만난 어린 시절의 친구 벨라와 서로 첫눈에 반해 결혼한다.&#160;하늘을 날아다니는 연인, 악기를 연주하는 염소, 수탉의 얼굴을 가진 사람, 하늘에서 내려다본 마을의 지붕들로 삶이 주는 환희가 화폭에 꿈처럼 전개되어 있었다.
 벨라는 샤갈의 모델이었고, 창작의 원천이었지만 벨라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자 샤갈은 붓을 놓았다. 샤갈의 대표작에 속하는 <꽃과 사랑하는 연인>을 보면서 문득 부모님의 젊은 시절이 그림에 오버랩되어 눈물이 핑 돌았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적에도,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와 결혼하시겠다고 유쾌하게 말씀 하시던 아버지께서는 어머니의 사망에 의한 충격으로 청력이 완전히 망가지셨다.  
 해마다 명절이 오고, 차례를 지내고 난 후 아버지는 두 분의 사촌 형님과 늘 긴 대화를 나누셨다. 어린 시절 우리들에겐 존경의 대상이셨으며 집안을 이끌어 가시는 기둥이셨던 큰 당숙께서는 별 말씀이 없이 동생들의 대화를 경청하셨고, 주로 둘째 당숙과 설왕설래(說往說來) 하셨다. 막내이신 아버지는 무엇이든 형님들께 주장하시는 바가 많으셨는데, 어린 내가 보기에도 두 분 형님들은 막내 동생에게 알면서도 져주는 그런 형국 같았다.ㅎ
평생을 교직에 몸담으시다 은퇴하신 두 분은 아버지께는 다정한 형님들이셨고 또한 조언자이셨다.
 명절은 만나는 날이다. 그리움을 풀어내는 날이다. 가족은 물론이고 고향의 친척, 어린 시절 친구와도 만나 그간의 회포를 풀게 되는 날이다.
그런데, 우애가 참으로 각별하셨던 세 분은 지금 각자의 건강 때문에 만나서 대화를 나누실 수는 없게 되었지만, 명절이 오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시던 세 분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먼저 떠오른다. 마치 샤갈의 그림처럼 중앙에는 대화를 나누시는 삼형제의 모습이 있고 한 쪽에는 새벽이면 시끄럽게 울던, 커다란 몸집에 알록달록 화려한 털을 세운 수탉이 무서운 눈을 부릅뜨고 서 있고, 한 편에선 정성을 다해 만든 송편을 솔잎위에 얹어 쪄 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아련한 추억으로의 여행이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하는 일은 텃밭의 커다란 밤나무 아래 떨어진 밤을 주우러 가는 것이다. 이제 떨어지기 시작하는 알밤을 주우면서 부모님과의 아득한 대화를 떠 올린다. “호두나무는 심은 후 10년 지나야 열매가 열린다는데요?” 부모님께서는, “자손들이 따 먹으면 되지”. 자손들을 위해 감나무와 대추나무, 밤나무와 호두나무를 심으셨다는 부모님을 생각한다. 장대들고 밤을 따시던 아버지를 생각한다. 늦은 밤까지 송편을 빚으시던 어머니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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