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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사시대(客死時代)
[1393호] 2018년 09월 06일 (목)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webmaster@boeuni.com

사람이 살면서 가장 가까운 관계가 가족이고 일생중 가장 행복한 시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따르는 어린 자식 키우면서 오순도순 살던 때일 것이다. 고급아파트 보다는 꼬장한 시골집이 그리운 것은 그때는 사랑하는 부모가 계셨기 때문이다. 누구나 임종 시에는 내 집에서 자식들에게 유언을 남기고 가족들의 애도전송(哀悼傳送)을 받으며 저승길(?)로 가는 것을 가장 복된 죽음으로 생각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각자의 사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옛날 사람들은 사고를 당해 객사(논두렁죽음)하면 거릿귀신이 되어 영원히 죽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맴돌면서 사람들을 해꼬지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객사를 가장 두려워했다.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북한은 전통적 사고가 많이 변질되어버렸지만 객사를 “거리죽음”이라고 한다니 그 의미만은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곧 돌아가실 분에게 두려운 객사를 시켜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전통의식이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거의 대부분이 병원에서 객사로 인생을 마감한다. 부모가 아프면 아예 요양병원에 모셔다 놓고 죽을 때를 기다린다. 사망소식을 듣고는 병원에서 대행해주는 형식적인 장례를 치른다. 자식들은 장례식장에서 완장차고 손님만 맞으면 된다. 장례의식도 대부분 각종 종교의식으로 치러지고 화장, 혹은 종교재단의 집단무덤에 묻힌다. 죽어서 가족의 가슴속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사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종교 교주의 슬하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비로소 객사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객사 이야기를 하니 오래 전에 돌아가신 선친의 기억이 회상된다. 평생을 우리집에서 지내신 아버지가 갑자기 병환이 심상치 않자 나는 큰집의 둘째형님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 형님은 “객사는 안된다”면서 아버지를 고향 큰집으로 모셔갔다. 그때는 행여 아버지 별세후 대사를 처리할 능력도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고 그 형님이 하시는 대로 두었다. 택시를 대절하여 친형의 등에 업혀 고향으로 모신 아버지는 불과 한달도 못되어 별세하셨다. 장례식 때 내가 굴건이 아닌 ‘티둘이’를 쓰고 앉아있는 모습을 본 큰어머님은 “장열이 장가나 보내놓고 죽을 것이지” 하고 불쌍해 하셨다. 큰어머님은 마음이 후한 분이셨다. 뒷날에 철이 들어 생각해 보니 일생을 같이 사시다다 임종에 임박하여 “객사는 안된다”며 지옥같은(?) 그 집(큰집)으로 모신 것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럼 우리 집은 집이 아니란 말인가?

 우리가 고향집을 팔고 도시로 이사한 것도 서자(庶子)라고 큰집에서 설움 받고 살 것을 걱정하신 아버지의 결정이었다. 아버지께서는 큰형님에게 쌓인 한이 있으셨던지 “나 죽거든 제사지내지 마라.”고 하셨고 나는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포악한 큰형님은 늘 술만 먹고 들어와서 아버지께 행패를 부리곤 했다. 그것이 보기 싫어서 “집”(큰집)에 가고싶지 않다고 하시던 아버지셨다. 아버지께서는 별세하시기 전에 열린 방문을 통해 자꾸 대문쪽을 내다보시더라고 했다. 일생을 같이한 어머니가 시장반팅이를 이고 들어오시지나 않나? 우리(형과 나)가 오지않나 하고 기다리셨으나 우리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가운도 돌고 돌았다. 적자, 적손만 위하고 “느그 식구는 필요없다”고 대청에서 호통치시던 무서운 할아버지가 운명하신후 할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진 것은 별로 없었다. 술로 사시던 큰형님도 선친 사후에는 술을 끊으시고 비로소 “우리 형제밖에 없다”는 말씀으로 감쌌으나 곧 별세하고 말았다. 할아버지나 큰형님이 왜 그렇게 사셨을까 생각하니 안타깝다. 인간세상에 인과응보는 있다고 하신 어른들의 말씀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객사시대에 살고는 있지만 마음만은 자식들의 가슴속에 묻고 가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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