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여, 너희나 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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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여, 너희나 잘 해!
  • 보은신문 이사 남광우
  • 승인 2018.08.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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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복인 오늘로써 기세 높던 더위도 한풀 꺾일 것이다. 날씨가 날마다 메인뉴스가 된 것도 전에 없던 일이다. 며칠 전엔 38도까지 올라 보은의 기록을 세우더니 아직도 새벽에 30도를 육박하기 일쑤다. 정전된 아파트의 소동, 폭염으로 인한 불행한 사망소식도 지친다. 우리만이 아니다. 유럽과 남미 등 세계 여러 나라도 폭염으로 난리라니.

 덥다덥다 하면 더 더워 아는 분 만나면 ‘쉬엄쉬엄 하시라’거나 ‘따끈하고 좋네요’ 라고 인사를 하지만 이 망할 염천은 올 뿐이 아니란다. 해마다 더 뜨거운 여름이 될 거란 예고.

 지구온난화다. 탄소와 산소가 결합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너무 많아 지구 온도를 상승시킨다. 이 뜨거운 에너지가 대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온실 역할을 하니 덥다. 지구온도가 1도 오르면 가뭄으로 산과 들에 재앙이 오고, 2도 오르면 지구 한쪽은 가뭄 다른 쪽은 홍수다.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매연 많은 줄 알면서 자동차를 타지 않을 수 없고, 석유.가스.석탄으로 만든 전기 안 쓸 수 없다. 환경운동가들은 ‘지구가 병들고 있다’며 태양광 같은 대체에너지를 사용하자거나 플라스틱 같은 석유화학제품 사용을 줄이자, 비닐봉투는 물론 하다못해 커피숍에서 주는 빨대나 투명 컵도 없애자고 한다. 플라스틱은 잘 썩지도 않거니와 바다로 흘러들어 햇빛에 분해되며 온실가스를 방출한다.

 보은에 커피숍이 많이 생겼다. 차 한 잔에 4,5천원이면 싸지 않지만 식후 커피 한 잔 하는 것도 어느새 문화가 됐나보다. 어떤 이들은 커피숍에서 몇 시간씩 보내지만 내 경우 지인을 만날 때 편의점을 애용한다. 민망한 건 편의점 아이스커피 한잔에 빨대에서 두개, 얼음 컵에서 두개, 커피 파우치 등 다섯 개의 쓰레기가 나온다는 점이다. 몇이서 커피를 마시고 나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한 보따리다. 편의점 커피가 주저된다.

 문화원에서 열린 서예전에 갔더니 어느 분이 양광모 시인의 ‘무료’라는 시를 붓으로 예쁘게 적었다.

 “따뜻한 햇볕, 시원한 바람, 아침 일출, 저녁노을, 붉은 장미, 흰 눈, 어머니의 사랑, 아이들의 웃음, 무얼 더 바래. 욕심 없는 삶, 무료!”

 생각해보니 세상사 귀하고 중한 건 공짜다. 참 좋다. 햇볕, 일출, 노을, 장미, 흰 눈... 말만으로도 아름다운 이 공짜를 오래도록 누리려면 지켜야할 도리가 있다. 지구에 폐를 끼쳐선 안 되는 거다. 다음 살게 될 세대에게 악취를 남겨줄 순 없잖은가.

 사람들은 지구가 아프다며 걱정한다. 하지만 지구는 걱정할 필요 없다. 지구는 잠시 뜨겁거나 차가울 뿐 결코 소멸하지 않으므로. 세상이 뒤집혀도 지구는 다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미지의 생물을 잉태하며 스스로를 지켜낼 것이다. 걱정되는 건 지구의 안위가 아니라 인간의 종멸이다. 지구는 말하리라. ‘인간이여, 지구 걱정 말고 너희나 잘 하라!’고.

 편의점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요즘 애들은 이렇게 줄여 말함) 한 잔에 500년간 썩지 않는 쓰레기가 여러 개듯, 인류는 제 편의를 위해 자연의 자정능력 보다 훨씬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1회용품 사용을 자제해야 할 이유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만이 지구의 아름다움 아니, 인간을 지킬 수 있다. 옛날 등목 한 번으로도 시원하던 그 여름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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