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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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
  • 이영란
  • 승인 2018.08.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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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전화 왔어요. 핸드폰 소리가 앞 화단의 새싹들을 보며 망중한을 즐기는 나를 방해하는 소리가 들린다. 고등학교 동기인 친구의 목소리가 급하게 들려온다. 홈쇼핑에서 여행상품 방송이 나오는데 가격도 괜찮고 코스도 좋으니 함께 가자는 이야기에 얼떨결에 여행을 하게 되었다. 비행기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을 두고 혼자 가는 것이 좀 죄송했지만, 나만의 시간도 필요하고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에 12시간의 긴 비행기를 타고 터키를 여행하는 호사스러움을 가졌다. 터키는 우리와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6.25 전쟁 당시 참전을 하여 군사적으로 도와준 가까운 나라이지만 지역적으로는 참 먼 나라이다. 비행기를 타고 12시간을 가는 먼 곳이기에 70여 년 전 군인들이 올 때는 배를 타고 한 달은 걸렸을 것이다. 그 고마운 나라를 여행하게 된 것이다.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는 값이 가장 비싼 교통기관이지만 좁은 공간에서 먹고 잠을 자고 앉아 있어야 하는 승객들은 가장 힘든 교통수단이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터키 앞바다 에게해는 맑고 깨끗하여 바닷속의 고기가 보이는 청정한 바다이다. 동서양의 다리 역할을 한 터키는 반도국가인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무수히 겪은 전쟁의 역사와 같다.
  세계 3대 도시인 이스탄불의 유물과 비단길의 상점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그랜드바자르 재래시장은 규모로 보아 상업의 중심지임을 알 수 있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터키의 이스탄불에 위치한 오스만 제국의 궁전이며, 현재에도 국가행사의 영빈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압둘 메지드 1세 때 지은 목조 건물이었으나, 1814년의 대화재로 거의 모두 소실되고 31대 술탄인 압둘마지드에 의해서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델로 지은 석조 건축물로 1856년에 화려하게 재건되었다. 궁전 앞의 바다와 잘 어울리며 터키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프란 블루는 과거 실크로드의 대상들이 경유하던 상업 중심지였다. 옛 시가지에 오스만투르크 시대 목조 건축물 1000여 채가 잘 보전되어 있어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데린 구유는 ‘깊은 우물’이라는 뜻으로 지하에 굴을 파고 조성한 도시이다. 카파도키아 중심지에 30여 개의 지하 도시가 있으며, 모두 합치면 200여 개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초기 크리스트교 1세기에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에 들어와 교육기관과 교회, 와인 저장고 등을 축조하기 시작하면서 지하 도시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최대 3만 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대규모 지하 도시로 오늘날 일반인에게는 소수만 공개되고,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커다란 종교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다.
 터키의 에게해와 동지중해 방향에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파묵깔레는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며, ‘목화의 성’이라는 뜻을 가진 온천마을이다.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발도 신지 못하게 하는 철저한 관리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볼 수 있도록 해 준 감사한 마음과 우리의 자연유산 보호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러운 마음도 생겼다.
 트로이 전쟁 영웅 목마는 트로이 주변에서 발굴된 동전과 도자기를 근거로 트로이 목마 모형을 만들어 공원으로 재탄생되어 1998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에페소는 로마 시대에 지은 가장 큰 원형극장과 궁전, 도서관등의 유적지를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비었다.
 이곳 터키는 문화유산의 천국이며 조상들의 슬픔과 고난을 관광 사업으로 발전시킨 나라이다. 수출보다 관광수입이 국가 경제의 주를 이룬다 하니 문화의 힘이 큼을 새삼 느꼈다. 드넓은 유채꽃밭, 하루 종일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올리브 숲, 탐스러운 석류 과수원, 참 부러운 나라였다. 지역적으로 먼 나라이지만 서로 도와주는 가까운 이웃나라로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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